< 왜 내가 퇴사했더라.. 퇴사 4주차의 이야기 >
퇴사 27일차 퇴사새내기입니다.
퇴사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저는 4년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나오기 전에 '직장생활이 그립거나 많이 생각나지는 않을까' 울적함과 공허함, 슬픔도 있었지만 4년동안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현재 미련과 후회는 느껴지진 않습니다.
내가 직장을 그만뒀나? 실감이 안나다가도 아침산책을 갈 때, 문득 직장 다닐 때 그토록 내가 열망했던 것들이 느껴집니다. 여유롭고, 따뜻한 햇살 한 스푼, 나만 빼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한 스푼, 길거리에 보이지 않는 대중들이 남기고 간 한적함과 고요함 한 스푼. 그럴 땐 잠시 걱정을 한 편에 고이 접어놓고, 두 팔을 벌려 자유를 만끽해봅니다. 산책로를 따라 흐르는 하천을 보고 걷다보면 오리도 만나고, 물고기도 만나게 됩니다. 마냥 낭만적인 것들로만 있으면 좋으련만 날씨가 풀리니 벌레들도 고여있는 물들 위로 정신없이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어디엔가 묶여있지 않는 것들을 듣고, 바라보고, 느끼다보니 무엇을 보고 아둥바둥 달려왔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 속에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박혀있었거든요. 그렇게 1n년간 시간이 흐르고 취업을 한 후, 월급을 받아보며 서울나들이도 많이 가보고, 자본의 맛도 봤지만 마음 속 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취업'이라는 목표를 최종목표로 잡았던 것이 내가 뭘 원하고, 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앞만 보고 가고 있던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인생은 기나긴 여정인데 행복을 미루는 습관으로 정체된 삶은 그 누구도 책임져 줄 수가 없었죠. 수단을 목표로 잡으니 그럴 수 밖에요. '취업'이라는 경제적 활동이 곧 나라는 정체성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혼란과 후회가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1년차엔 모든 새로운 일을 배움의 자세로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도록 경험을 쌓자' 생각하였고, 2년차 땐 '이제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 번 해보자!'마인드로 돌진해봤지만 업무에 탈탈 털려지는 건 저였네요. 혼자서 일을 처리해보며 겪는 어려움으로 슬럼프가 잠시 빼꼼 얼굴을 내밀게 됩니다. 3년차는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내 욕심이 아닐까? 왜 나는 이것도 못하는 거지?' 출근길과 퇴근길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더 이상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의 짐으로 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끌어올릴 삶의 의욕도 없더군요. 주말이 되도 아무것도 못하고, 잠에만 빠져 있는 삶. 어찌저찌 3년차가 지나가면서 4년차가 되었습니다. 4년차의 목표는 '살아가고 싶은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름 아래 그전보다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생기면서 마음적으로 풀어지게 되었지만 몸이 고단했습니다. 후반에는 정신적으로 다시 한 번 힘든 한 해가 되면서 '이렇게 살다가는 더 이상의 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직장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