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래 Jul 26. 2020

참, 덧없다.

 잠을 세 번에 나눠 푹 잤는데 두 번째 잠에서 꿈을 꿨다. 꿈은 기이하고도 현실적인 환경에서 어떤 이와 생각지 못한 전개로 흘렀다.  꿈을 생생하게 꿀 땐 후각을 제외하고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날은 시각, 청각과 더불어 촉감까지 느껴졌다. 현실 세계에서 받는 자극이 꿈에서 유사한 촉감으로 연결된다지만 침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초대받지 않은 날이니까. 꿈에서 받은 자극은 어디서 기인하였나. 이불? 인형? 뜨뜻한 등을 느낄 정도로 실감 났는데. 거기서 행복했는데. 꿈이라니 조금 허망하고 슬펐다. 허망하고 슬픈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서 다시 허망해졌다. 덧없다. 덧없다는 표현만큼 꿈에 어울리는 완벽한 수식어구를 본 적 없다.

 언젠가부터 꿈이라는 것에 둔해졌다. 애기 때는 높은 절벽에서 끝도 없이 떨어지는 꿈도 꿔보고 동네 도서관이 호그와트로 변해 빗자루를 타는 꿈도 꿔봤다만 성인이 되며 이런 꿈들과 멀어졌다. 현실 정확히는 일과 부딪히며 판타지에 가까운 스토리는 오지 않았다. 꿈을 꾸지 않는 날도 많았다. 가끔 꿈이 오면 오늘처럼 현실에 가까운 배경과 등장인물이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은 나였다. 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기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도 했다. 꿈을 꾼다는 건 깨어있다는 것과 같았다. 더 극적인 시간을 보내므로 현실보다 소모적인 행위였다. 오늘은 소모적이었다. 눈을 뜨고 멍하니 누워 있었다.

 현실에 느끼는 결핍이나 욕구, 무의식이 꿈에 반영된다면 오늘은 무엇이려나. 흠. 프로이트 님 이건 대체 무슨 의미죠.



2019.09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