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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Dec 31. 2020

내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제가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을 곧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을 한다면, 단단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편집점이 너무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단어들은 연결되지 않았고, 자신감이 없는 어미는 항상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논리는 빈약했고, 언어들은 왜곡되고 분절되었습니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말들 사이에는 잘라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우선, 음, 쓰읍, 그런, 이런 같은 무의미한 시간끌기와 같습니다,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같은 과도한 경어체. 도대체 누가 나를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상냥한 여자여야 한다고 가스라이팅을 한 거죠?


내가 쌓아놓은 오만함이 무너지자

세상에는 아는 것을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권력은 마이크를 쥔 자에게 있는 건가요?

아니면 쥐어주는 자들에게 있는 건가요?

나는 그 권력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권위자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의 언어는 나의 노화와 함께 분열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어쩔 때는 맞춤법 회로에 오류가 생겼고, 어떤 단어는 죽어도 이상한 발음으로만 떠오르곤 했어요.


나의 언어는 이제 이 작은 핸드폰에 박제된 듯합니다. 자신이 없어지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가요? 다시 오만함이란 것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나는 지금 무공기의 상태에서의 소리,

무중력의 상태에서의 무게처럼

무의미합니다



*

시 비슷한 것을 쓰며, 한풀이라도 해봅니다. 2020년을 하루 남기고 겸손을 얻었습니다. 내가 사실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남들이 써놓은 글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참담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미 너무도 많은 편집자들이 저 멀리로 날아가서

책이라는 우주를 탐구하고,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고 있었죠.

많은 것을 하는 것보다

단단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유능한 사람들에 귀기울이며


연말 브레이크를 맞아 책소개 영상을 찍고 편집하며, 팟캐스트를 준비하며 본 나의 본 데 없음을 절감하며 몸부림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https://youtu.be/OaHvWNgj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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