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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Feb 16. 2021

내 무릎이냐, 내 개의 무릎이냐

두 관절병 환자의 고뇌

아직 삼십 대에 (삼십 대 후반이지만) 불과한 나는 무릎이 좋지 않다. 애초에 관절이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처방된 여성 호르몬 차단제 타목시펜을 2년 6개월 복용하고 나타난 증상이다. 제기랄 부작용이다! 여성 호르몬을 차단하다 보니까 내 몸은 겉보기와 다르게 여러 절차를 패스하고 바로 할머니가 되어 가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프리패스로 노쇠 열차 탑승한 셈이다. 최근에는 스쿼트는 아예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조금만 세게 발목을 돌려도 관절을 연결하는 마디가 느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도 젊은 탓에 평소 생활의 범위대로 움직인다면 특별히 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어김없이 바로 증상이 나타났다. 한번은 밤새 어떤 일인가를 몰두해서 한 적이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무릎이 시리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곧장 일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그 통증은 잠이 들 때까지 내 다리에 남아 자면서도 십 리를 걸어가는 듯 무~쟈게 쑤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내가 퇴근 후의 시간을 그저 쉬는 데에 할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은 타협점이 소파에 앉아서 생활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파 테이블을 사서 설치를 했는데, 이번에는 소파의 다리를 버린 탓에 높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순심이를 망설이를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 소파도 처음부터 다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입양 온 순심이가 슬개골 4기라는 것을 알고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한 날, 분리해서 버린 것이다. 수술 후 호랑이 기운을 되찾은 순심이는 좌식 소파가 된 소파를 비교적 사뿐하게 점프를 해서 올라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할 때면 그곳에서 누워 나를 바라보며.



그런데 소파의 높이가 높아지고 만 것이다. 도무지 조심성이란 없는 순심이가 소파에 올라오기 위해 좀 더 강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계단을 사자니 내 비좁은 원룸에 짐이 늘어나는 것만 같아서 꺼려지고 다리를 다시 빼자니 내가 힘들 게 뻔하고.


소파의 다리가 생겨 나는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내 강아지의 무릎에는 무리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릎이 안 좋은 두 가족 구성원들은,

그래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내 무릎이냐? 니 무릎이냐?


아직까지는 내 무릎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지만 머지 않아 나는 계단을 사거나 아니면 다시 소파의 다리를 해체하고 있을 것만 같다. 하필이면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벌어진 웃픈 상황이다.





*명절 동안 읽은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휘리릭 읽게 되는 시간 순삭 꿀잼 책을 소개했어요. 책 리뷰도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영상도 많이 봐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H4tqvTDoy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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