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사만화 May 04. 2021

유튜브가 설파하는 돈공부보다 중요한 것

주식 한 달차 주린이의 투자 경험담

인생은 마치 주식 같아.     



장류진 작가님의 <달까지 가자>를 읽고 있다. 이더리움 투자를 설파하는 직장 동료 은상 언니의 캐릭터에 설득되어 호기심이 생겨 대체 그 이더리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검색해보게 되었다. 로또를 살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 한켠에 한탕주의와 사행심이라는 것을 차곡차곡 키워온 터라 내 관심은 이더리움 그 자체에 대한 흥미를 넘어 그래서 그게 얼마인데, 얼마나 올랐는데, 얼마를 벌었는데로 발전했다.




숫자는 가히 놀랄 만했다. 개인평가에서 늘 무난을 받던 비공채 출신의 은상 언니가 미소를 감추지 못했던 그 숫자는 현재 1이더리움에 300만 원 가량을 호가하는 수준이었다. (주식으로 빗대보면 1주를 1이더리움으로 표현하나 봄) 17000원즈음에서 사서 그게 열 배 오른다면? 하고 친구들을 설득하던 은상 언니는 지금쯤 회사를 때려 쳤으리라. (아직 책 끝까지 다 못 읽음 주의)


비트코인 7천만 원 시대에 이더리움이 300만 원이라는 데에 놀라는 게 다소 늦되어 보일 수 있지만, 갓 주식에 입문한 나에게는 그야말로 낯선 숫자들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날 그 이더리움은 하루사이에 약 29만 원가량 올랐다는 것은 더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가열차고 아름답고 위대한 빨강인가. 내 주식 차트는 파랑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더리움의 세계는 남미의 심장마냥 뜨거웠다.      


출판사 편집자로 십여 년. 이제 마흔에 가까워지니 연봉이 조금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나의 주머니는 여전히 가볍다. 돈을 적게 써보려고 체크카드도 써보고, 쇼핑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아도 여전히 키핑할 수 있는 돈은 적었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도 있는 돈을 어디에 묶어두지 않으면 순식간에 날아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겨우겨우 한톨의 목돈이 생긴 것으로 오피스텔에 투자를 했는데 그놈의 오피스텔은 현재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을 찍고, 실매매도 되지 않는 눈치다. 나의 첫 투자는 그렇게 망의 기운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봤던 일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프리미엄이 몇 억이 붙었던데, 결국 투자는 내 돈이 아니라 대출로 해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교훈을 얻고 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존버를 준비 중이다. 존버가 답인지도 모르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 유튜브의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주식 좀 한다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하루 종일 경제 뉴스를 귀에 꽂고, 안 봐도 유튜브 채널이 없을 정도로 열심이라고 한다. 부동산 채널을 운영하는 진행자를 30분에 30만 원을 주고 상담도 받았단다. 그렇다고 돈이 몸에 착 붙는 것처럼 붙을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돈이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흐르는지는 알 수 있으려나 싶다. 그렇다면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정말 돈에 관심이 있나?!      


어렸을 때 내 부모님은 다른 부모님처럼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윤택하게 자란 나는 종종, 아니 그보다 자주 부모님이 돈으로 마음이 상하는 것도 보고, 돈으로 의가 상하는 것도 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돈이 들어오는 것이 행복행 직행열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젊은 날에는 가소롭게도 돈을 괄시했다. 돈으로 아귀다툼을 하는 게 싫었고, 돈 때문에 누군가를 시기하는 것도 싫었다.


돈에 빠진 사람에게도 큰 흥미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돈이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탓에 돈을 좇지 않는 삶을 선택했지만, 돈이 없고 보니까 여유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쉬었던 게 제일 긴 게 3주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동갑내기 회사동료와 재테크에 대해 얘기할 때는 순 자괴감과 후회로운 얘기로 화려한 밥상을 차려 술과 함께 퍼부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청사진을 그리며 시작한 주식 차트는 나를 웃기기보다 울리는 날이 허다했다. 치킨 값을 번 날은 내 안목에 가득한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러고 나면 꼭 배로 올라서 다시 씁쓸함이 밀려왔다. 나는 돈을 싫어했다기보다 돈을 좇는 사람을 싫어했던 거다. 주식 한 달차에 내가 느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존버였다. 주식이 떨어져도 기다리면 그 가격이 되는 것을 보며 인생과 마찬가지로 주식도 투자도 존버가 진리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도 내 주식이 빨강이 될 때까지

아니, 인생에 성가시고 어려운 많은 난관 앞에서

존버하리라는 것이다.


윤여정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버티면 뭐라도 된다고.



책 리뷰는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http://podbbang.com/ch/1779043?e=24038381


작가의 이전글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녹음만 3번을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