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
아들이 거듭 친구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Recess시간도 Field Trip에도 안 가고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공부 못해도 우리 아이가 친구가 많기를,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모든 부모가 가지는 마음이니 친구가 없는 우리 아이가 느낄 그 외로움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하지만 내 아들이 내가 느끼기에도 사람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되묻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한다" 며 아이가 억울해했다.
나는 다음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들에게 했는데 아들이 잘 듣지를 않자, 내 인내심이 바닥 나 폭발하듯 소리쳤다.
"이것 봐라. 네가 이렇게 내 말도 잘 안 들어 세상에서 너를 사랑하고 인내심이 너한테는 제일 많은 엄마도 이렇게 짜증 나고 속상한데 너의 친구들이 너의 이 모습 때문에 답답해서 다 가겠다, 너는 너하고 싶은 말만 하니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겠냐? 왜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냐? 그것은 이기적인 거야."
라고 말했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축 처진 어깨를 보며 마음이 또다시 무너졌다.
입 밖으로 내던 순간부터 후회했다.
우리 아이가 친구 없어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우리 아들을 가장 사랑한다는 '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평소에 답답해하던 부분을 연결 지어 아들에게 친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해버리고 아무도 그런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셈이 되었다.
엄마를 존중해 주고 잘 들어주길 바래. 이렇게 말했어야 하고 함께 듣기 연습을 하면 되는 거였는데 아이가 잘 안 되는 부분을 공격하며 그것 때문에 친구가 없다는 결론을 지으며 다 '네 문제야.'라고 말해버린 사람이 엄마라니...
정작 가장 마음이 아파 아이를 보듬어 주고 이해해 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살펴 줘야 했었던 엄마가 아이가 솔직하게 엄마에게 고백했던 부분을 약점으로 삼아 너는 다른 사람이 싫어하기 딱 좋은 아이처럼 정의하고 내가 답답해하던 부분까지 내 의지대로 고치려 했었던 것을 깨달았다.
엄마라는 사람이 참 야비했다.
친구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솔직하게 엄마에게 털어놓았더니 엄마가 그것을 약점 삼아 자기를 고치려 하고 자기의 부족한 부분이 친구들이 싫어하는 부분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런 상처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말을 해버리는 이 엄마를 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너무 아들에게 미안하다. 엄마가 이중 삼중 더 아프게 '너는 듣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부정적인 정체성을 씌우고 '너는 그러니 아이들에게 미움받아' 하는 말로 네가 친구가 없는 게 당연한 거다. 다 니 문제야라는 메시지로 전달한 것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다는 엄마라니.
잘못된 자식 사랑은, 또 내가 그 문제를 고쳐보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렇게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아이를 비난하고 결국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봤자 더 혼나겠다는 결론으로 아이들이 엄마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만들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돕는다고 했던 나의 충고가 오히려 나와 아들의 관계를 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학교에서 홀로 놀았던 아이가 자기가 가장 재밌어하는 게임을 신나게 이야기하며 나눌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들의 이야기를 먼저 진지하게 잘 들어주니 아들이 내 이야기에도 집중했다.
나는 이렇게 아들과 함께 자라고 배우는 여덟 살짜리 엄마일 뿐임을 생각하며,
어떤 충고도 어떤 목표나 계획으로 아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로 가르쳐주고 마음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함을, 또 내가 먼저 아이에게 바라는 행동을 몸소 보여줌으로 말이 아닌 부모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가르쳐줘야 함을 깨달았다.
아이는 나의 등을 보고 자라게 될 것이다. 내 입으로, 내 매서운 눈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