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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Aug 08. 2020

이런 건 누구나 하나씩 있잖아요.

음식이 가진 그 특별한 능력

금요일 퇴근 전 직원들이 "아, 불금인데 오늘은 뭐 먹을까? 소고기라도 조금 사갈까?", "저는 친구들과 종로에서 모임이 있는데 오늘따라 파스타가 당겨서 000으로 가기로 했어요" 하면서 서로 먹거리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우리 대부분은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평소 즐겨 찾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특별히 당기는 음식도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거나 멋들어진 상차림을 갖고 있거나 그 맛과 향일 기가 막혀 또 찾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자신만의 온전한 추억이 있어 찾는 음식도 있다. 외부에서 거한 식사 대접을 받거나 외국에서 평소에는 구경하지도 못한 산해진미를 먹는다 해도 때로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더 생각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신 멸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참 좋아한다. 어느 식당을 가도 그 맛을 똑같이 재현하는 곳도 없으며 그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내는 곳도 없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국수가 특별한 맛을 내는 것도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냥 국수입니다.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고명을 다양하게 올리지도 않는다. 멸치국수는 계란 흰자로 만든 지단과 김가루가 전부다. 비빔국수는 오이만 올라온다. 그런데도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아마 그 안에는 특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국수를 먹을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 때로 돌아간다. 철없이 떼쓰고 응석과 말썽 부리던 그때 혼도 많이 났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때의 어머니는 참 건강했다. 집안 일과 할머니 장사 일을 돕는 것을 물론 평소에 다니시던 서예학원에서도 뛰어난 솜씨로 인기가 참 많았다. 모든 면에서 나에게는 완벽한 존재였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신 국수를 먹을 때마다 그때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밀가루가 좋지 않은 것도 과식을 하면 안 되는 것도 알지만 어머니가 해주신 국수는 매번 과식을 한다.


평소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평양 출신 외할머니가 해준 평양냉면, 이민 생활 때 아버지가 새벽 4시마다 구워준 소안심, 시장에서 팔던 순대/떡볶이/어묵, 인도 교환학생 시절 먹었던 카레 등 참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재미난 공통점을 발견했다.


먼저, 나를  포함한 그들이 경험하고 추억하는 각자의 소중한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평범했다. 김치 쌈, 김치볶음, 피클, 국수, 떡볶이, 순대, 옥수수, 감자 전, 수제비, 카레, 냉면 등

둘째, 앞서 말한 음식이 본인들이 만들거나 사 먹은 음식이 아니라 모두 누구로부터 받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누구의 대부분은 "부모"였다. 즉 평범한 음식에 부모의 사랑이 묻어 우리에게 특별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셋째, 추억의 음식이 지금은 먹기 어렵거나 아예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고 지금은 더욱 특별해진 이유이겠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답변 주신 분들이 음식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디테일했다. 글을 읽고 있으면서 마치 제 눈앞에 그 음식이 있는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영화 알라딘에 보면 주인공인 알라딘이 우연찮게 손에 넣은 요술램프로 지니를 깨워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릴 때는 그런 알라딘이 참 부럽고 나도 요술램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손에도 요술램프 하나가 있다. 바로 음식이다. 비록 영화 알라딘에서처럼 요정 지니가 나와서 어떤 소원이건 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내 과거 추억을 소환해 주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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