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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Aug 28. 2020

눈만 크게 뜨면 보여?

진짜 제대로 보려면 크게 떠야 할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

채식을 하면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먹는 일이 사람이 매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내가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관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평소 없었던 가치관이나 관점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 대해 몰랐던 것들이 그렇다.

어제 수잔 엘버스가 쓴 <감정식사>라는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의 일생은 평생 '다이어트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의 인생은 두 시기로 나누어져 있다. 살이 쪄 있는 시기와 살이 빠져 있는 시기, 다이어트에 성공한 시기와 다이어트에 실패한 시기, 음식과 사이좋은 시기와 음식으로 도망가려는 시기, 그리고 나를 돌보는 시기와 나를 학대하는 시기. 당신은 어느 시기에 살고 있는가."

수잔 엘버스의 말대로 여자들은 정말 인생을 다이어트라는 것을 기준으로 살이 쪄 있는 시기와 살이 빠져 있는 것으로 양분할까? 이게 정말 사실인가? <감정식사> 라는 책에서 전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는 아니지만 이 부분을 여러 번 읽어 보면서 의심했다. 설마 그럴까? 그래서 주변 여성 지인들과 직장동료들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그렇단다. 심지어 평소 식이조절을 잘해서 오랫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직장동료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떨까? 다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이 본인이 살찌는 것에 있어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하다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총각 때는 그렇지 않다가 결혼하면 살이 찌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불룩하게 나온 내 뱃살은 덕(德)이라고 말하는 것도 다 남자들이다. 아마 뱃살에 덕(德)을 비유한 표현도 남자들이 만들지 않았을까 의심된다. 이쯤 하면 남자들은 다이어트로 자신의 삶을 살이 찐 시기와 살이 빠진 시기로 나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발견은 아내를 통해서다. 아내와 채식을 시작하면서 이 글에서 다 풀어놀 수 없지만 많은 갈등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채식 이전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들이었다. 그중에서 하나 꺼내놓자면 채식을 잘하다가도 한 달에 한 번은 아내의 태도가 돌변하는 때가 있었다. 그 한 달에 한 번은 바로 그날이다. 그날은 특히 아내가 민감했고 식욕이 정말 왕성했는데 특히나 예전에 먹던 음식들이 당긴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노력해서 잘 해오던 식습관을 왜 무너뜨리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러는 아내를 나무랐다.

그런데 아내의 그날, 아니 여성들의 그날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하고 몇 가지 정보를 찾으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다행히 철이 들어서 내가 아내에게 먼저 물어볼 때도 있다. 혹시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말이다. 그러면 아내는 매번은 아니지만 조금은 자극적이거나 과거에 먹던 음식을 먹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그 음식을 시켜서 같이 맛있게 먹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그 일이 뭐 그리 대수라고 왜 그렇게 내 고집을 피우고 괜히 다퉜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그 좁아진 시야에는 결국 나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먹는 것 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남과 엮여져 있다. 한자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인(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기본적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내 관점을 폭넓게 가지지 않으면 다툼과 갈등이 생기기 쉽다. 결국 내 삶을 스스로가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간에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자. 그러면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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