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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Aug 30. 2020

천천히 씹다보면 보인다

음식을 통한 '마음챙김'으로 나를 되돌아 보기

우리는 식사를 할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평일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음식을 시키고 난 뒤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동안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음식이 나오고 첫 술을 뜨면서 음식의 맛을 본다. 본인 입맛에 맞으면 "음~"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다시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사실 혼밥도 그렇지 않은가? 밖에서 하는 경우에는 메뉴를 주문하고 대부분 스마트폰을 본다. 음식이 나오면 똑같이 한번 맛을 보고 다시 스마트폰을 본다. 집에서 혼밥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보거나 아니면 Tv를 본다. 스마트폰과 Tv가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기에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식사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식사에만 오롯이 집중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집중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먼저, 준비된 식사를 하기 전에 그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생각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리고 식사를 최대한 천천히 하면서 내 입안에 씹히는 재료들의 맛을 충분히 느낀다. 어느 정도 잘게 부서졌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목에서 넘기면서 내 몸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이 느끼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밥을 정말 빨리 먹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 내 구내식당으로 가서 식권을 하고 줄을 서서 식사를 받고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먹고 나오는 데 총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식사가 거의 미션에 가까웠다. "오늘도 해결!" 그렇다 보니 내가 무엇을 먹는지 전혀 고민과 생각이 필요 없었다. 그저 점심 한 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점심을 과일식을 혼자 시작하면서 천천히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감사의 기도를 하고 집에서 준비해온 과일을 하나씩 꺼내 천천히 먹을 때 최대한 음식의 맛을 느끼려고 했다. 첫입 베어 물 때 느껴지는 과즙에서부터 입안에서 씹을 때마다 추가적으로 터져 나오는 과즙 그리고 어느 정도 과즙이 목을 넘어가고 잘게 부서진 과일이 뭉쳐 조그마한 덩어리가 되었을 때 목에서 넘긴다. 이렇게 과일 몇 개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가 된다. 예전에 식사를 하러 갔다가 끝내고 돌아온 시간이 20분 걸린 것에 비하면 정말 좋아졌다.

음식을 천천히 집중해서 먹는 것은 내가 먹는 음식을 온전히 느끼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내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 요즘에 명상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 명상이 '마음 챙김'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마음 챙김'이라는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채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대게 화가 나거나, 누구를 미워하거나, 무슨 일로 슬프거나 등 이런 감정이 안 좋다고 배웠다. 하지만 '마음 챙김'에서는 좋고 나쁜 감정은 없다는 것이다. 단지 그런 감정이 나에게서 생기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비록 제대로 된 명상은 아니지만 음식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 챙김'을 한다. 사실 최근에 여럿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물론 즐거운 때도 있었지만 가끔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는 날도 있었다. 과거 같았다면 그런 나의 불편한 감정을 모두 표현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만두던지 남을 그만두게 하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음식을 통한 '마음 챙김'을 하면서 내 감정에 더욱 귀 기울이다 보니 그런 일이 없었다.


화가 나거나, 서운하거나 할 때마다 속으로 '아, 지금 내가 화가 나는구나'를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에는 나는 말과 행동을 멈춘다. 왜냐면 내 감정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묻는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상대방을 이해한 결과인지 아니면 과거와 같이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말이다. 그럼 십중팔구가 후자에 속한다. 그게 확인이 되면 다시 말과 행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추가로 3가지를 생각한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은 서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식사를 통해 배운 '마음 챙김' 덕분에 화가 날 것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불쑥 나가지 않으니 어울려 지내는 일에 다툼이 없다. 그리고 더욱 좋은 것은 나를 수시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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