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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Dec 23. 2020

테이크 아웃 커피의 불편한 진실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에 미세 플라스틱 2만 5천 개

매일 아침 한쪽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점심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상황이 더 안 좋아진 요즘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찾는 사람들 모두 테이크 아웃을 한다. 커피 한 잔은 직장인들에게 심적 여유를 선물한다. 적절히 어우러진 신맛과 쓴맛 그리고 구수한 향은 오전 내내 바빴던 나를 보듬어준다. 그런데 이젠 커피를 마실 때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미세 플라스틱 때문이다.


인도 카라 그루프 공과대학의 수다 고엘 교수 연구팀은 "뜨거운 차를 일회용 종이컵에 마시면 2만 5,000개의 작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먹는다"라는 연구결과를 힌두스탄 타임스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85~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종이컵에 붓고 15분 뒤 관찰한 결과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물속에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고엘 교수는 해당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쓰는 종이컵 대부분은 안쪽에 플라스틱(폴리에틸렌)으로 얇게 코팅이 되어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코팅이 녹으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물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출근길 그리고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에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숨어있었다.


편리함은 이로움과 다르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쓰는 종이컵 하나가 우리의 몸을 해치고 있다. 2019년 세계 자연 기금(WWF)과 호주의 뉴키슬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약 2,000개라고 한다. 무게로 따지면 5g인데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와 비슷하다.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씩 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초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실험했는데, 몸 안에 들어온 초미세 플라스틱은 체내에 다른 독성 물질들과 결합해서 더 급격하게 독성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국제커피기구에 따르면 커피는 매일 전 세계적으로 20억 잔이 소비된다. 우리나라도 소비량이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 1인당 1년에 377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밝혔다. 매일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불편함이 이로울 때가 있다. 비록 매일 즐겨 마시던 커피를 끊을 수는 없지만, 손에 잡힐 만한 작은 텀블러 하나는 들고 다닐 수 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바로 내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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