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페에 도착해서 몇 달은 그 시골 동네 하나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며 언어를 익힐 수 있었다. 초등학교가 7학년까지 있었고 그다음에 중학교가 5학년 과정이어서 나는 중학교 2학년으로 편입돼야 하는데 그동네에 마땅한 중학교도 없고 스페인어도 못해서 7학년 2학기에 우선 청강생으로 말을 배우러 다녔다. 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 시골 동네는 보통 중학교에도 가지 않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자기네 농장 일을 하며 가족들을 돕는다고 한다. 아저씨 아줌마 같은 아이들 속에서 나는 많이 외로웠지만 하루하루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서 나름 재미있는 척 반 친구들과 어울렸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백인 학생들로 어우러진 서양 스타일의 체육관이 있어서 여름에도 덥지 않게 실내에서 운동하고 점심으로는 소고기 바비큐, 고기 파이들을 무상 지급해서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그리웠지만 아주 다른 학교생활을 이것저것 비교하며 한국과 하늘과 땅 차이가 있었지만 그렇게 적응하며 지냈다.
어느 날은 해가 길어서 밖에서 동네 강아지와 뛰어놀다가 하늘을 본 적이 있었는데 하늘의 별들이 너무 낮게 드리워진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민 오기 전의 밤하늘을 본 기억이 났는데 분명 한국에서는 하늘이 아주 멀어 보였고 별들이 작았었다. 그런데 이 시골의 밤하늘은 어쩌면 그리 가깝고 또 별들이 커다란지 나에게 다 쏟아질 거 같았다. 너무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을 보다 문득 눈물이 났었다. 이런 밤하늘을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친구들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나는 내 현실을 너무 숨겨왔기에, 이 시골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 혼자 그 모습들을 내 추억에 저장하며 언제고 꼭 다 추억 할날이 오겠지, 하며 눈물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