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아주 쌩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집에 입양된 또리는 작년 초 척추에 무리를 받더니오른쪽 뒷발을 절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노화가 시작이 됬다.
우리 동네를 나와 함께 7 천보-1만보 이상 같이 걸어도 끄덕도 안 하던 체력이었는데 어느덧 한 1500보 걸으면 안아달라고 주저앉았다. 내 다리 다치기 전에는 조금은 안아서 걷다가 다시 목줄을 끼고 혼자 걷게 하다 그렇게 30분 걸을 산책시간이 두배로 훌쩍 넘어가게 됐다.
나도 불의의 사고로 왼쪽발목에 깁스 한 후 산책을 한동안 못 갔는데 그사이 또리는 더 늙어갔다. 내가 드디어 깁스를 풀고 살살 걸을 수가 있어서 강아지용 스트롤러를 구입한 후 그 유모차에 싣고 아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전처럼 조금은 걷다가 다시 유모차에 태우고 그렇게 몇십 분을동네 산책시키고 집에 왔더니 다음날 아예 네다리를 다 걷지 못하고 누워서 낑낑 댔다. 큰일이네, 못 걸으면 소대변은 어쩌지? 원래 잘 가리던 아이라 참고 있다가 내가 다리를 들어주니 시원하게 참았던 것들을 쏟아냈다. 남편이 옆에서 한마디 한다.
"어제 노인네?를 데리고 동네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얘 이러다가 다시 못 걸으면 어떻게?"
설마.. 좀 안 걷다 걸었다고 저렇게 다리에 마비가 올까? 그날이 토요일이라 오후 돼서 겨우 수의사와 비대면으로 연락해 보니 상태가 심각하다고 월요일오전에 꼭 데려 오란다. 마음의 준비도 하고.. 나이가 이제 15살이라 수술도 어려운 상태란다.
주말 동안 나는 눈물로 또리를 끌어안고 주무르다 뽀뽀하다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제 정말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는 건가?
또리야, 아직은 아니지?
월요일 새벽 4시쯤 갑자기 또리의 발자국소리가 저벅저벅.. 놀라서 깨보니 네발로 잘 걸어 다녔다! 뒷마당에 데려가니 또 참았던 소변도 잘 누고 계속 나를 향해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나 봐요! 나 이제 다시 잘 걸어요!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 나 잘했지요?"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어찌나 대견하던지!
그래 우리 또리 다시 힘을 내줘서 고마워!
이제 정말 아프지 말자!
사람 나이로 네가 120세? 라지만 아직도 음식 섭취도 잘하고 눈, 귀는 약해져도 내가 가까이 가면 알아보고 졸래졸래 따라오는 너의 모습을 앞으로 한 2-3년 더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