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Vada Oct 03. 2024

한국학교 교사 10주년을 맞이하며

2020년 코로나 때 즈음에

CHMC교회에 오기 전에 다른 교회에서는 새로운 교인들을 접대하는 새신자부에서 몇 년간 봉사 했었다. 앞치마를 입고 식당에서 음식을 가지런히 준비하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봉사하고 싶어 졌었다.

하지만 그 교회에서는 오래 섬기시는 교사 분들이 계셔서 빈자리가 나지 않았었고 그러다 지금 다니는 교회에 오면서 바로 교회에 속해있는 한국학교에 자리가 있다기에 얼른 우리 아이들도 등록하고 교사로 봉사할 기회에 동참하였다.


하지만 교사로 봉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그날 수업 후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는 얼굴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 아.. 나는 교사의 은사가 없구나,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교사로 봉사하니 함께 한국학교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되어서 그저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계속 봉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게 바로 작년이었다. 아이 둘이 이미 다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나는 어느덧 9년 차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시간이 된 것이다, 1년을 더하면 10년 근속 상을 받는다던데 나름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다시금 고민에 빠진 것이 올해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가르쳐야만 했다.

그냥 아쉽게 9년 근속으로 끝낼걸 그랬나?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싶었다. 그렇게 여름방학 동안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며 수백 번도 넘게 마음을 고쳐 먹었었다.

ZOOM으로 수업을 병행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난관에 자주 부딪혀서 내가 그들을 호스트 하며 가르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많았다.


첫째 날에 나는 실컷 준비한 영상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답시고 플레이를 누르고 5분-10분이 지나갔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이들이 소리가 안 들려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급 당황한 나는 정신 줄을 놓아 버리며 그다음 순서를 막 헤매게 되었다. 대면으로 수업할 때는 학생들을 대할 때 당황하기는커녕 요리조리 요령만 늘어서 잠시 중간에 시간이 빌 때에는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던지 하다못해 종이 접기라도 하라고 색종이를 던져줄 때도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은 선생인 이끌다가 당황해서 가이드를 못하면 선생님만 빤히 바라보는 학생들을 어찌 대할지 큰 난관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덤벙거리고 실수투성이인 선생님이 좋았다고 엄마들에게 피드백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가르치려는 열정은 누구보다 높았으리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수업이었는데 생애 처음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것처럼 준비도 많이 하고 아이들에게 한글자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는 것이 느껴졌나 보다.


그렇게 하루하루 하다 보니 이제 어느덧 3달째 접어드는데 온라인 수업에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벌써부터 포스트 코로나는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줌으로 가르치는 게 학생들과 초점을 맞추기에도 좋고, 부모님들이 옆에서 지켜봐 주셔서 시너지 효과도 받고 1석2조인 듯 싶다.


줌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학생들을 대하고 가르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뿌듯한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은 이런 줌으로 학생들을 대하지만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는 또 어떤 것이 우리 앞에 다가올지 궁금하지만 지금처럼 다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을 믿어본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덕분에 내 교육방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학생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다음 달에 미주한국학교 총연합회에서 10년 근속상도 받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또 감개무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