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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Vada Sep 19. 2024

잊지 못할 제자

한국학교에서 만난 아이

9년동안 한국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제자를 떠오르려니 역시 그아이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어찌보면 까마득하기도 하다. 한국학교 교사로 발을 내딛자 마자 만난 그아이의 모습이..

새학기라 새신발을 신은듯한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인지 어색하게 발을 책상끝에 올리고 의자도 까닥거리며 표정은 그나이 또래에서는 볼수 없는 반항아적인 표정이었다.

정말 그 옆에 앉아있는 다른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너무도 차이가 났다. 뭘까? 저아이의 저 눈빛은?

그렇게 아이에 대한 경계심으로 첫수업을 시작했지만 겁냈던것도 잠시 아이는 한국어 수업시간에 곧잘 임했다.

한국말도 쫑알쫑알 잘했다. 아빠가 새신발을 사줬다고 조금 친해지자 말하는것이 었다. 그래도 발은 책상아래로 내려놔야 해~ 라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외에도 아빠자랑을 더 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참 자상하신 분 같았다.

그후로도 매주 한국학교 수업이 있는날이면 언제나 제일 먼저 출석해 있었고, 숙제도 다 해왔다. 아빠가 매주마다 한국학교숙제 다했냐고 꼭 물어봐서 학교오기 전날 빠짐없이 숙제를 한다고 종알댔다. 에구 기특한 녀석~

정말 그 아이를 첫해에 만날수 있었기에 한국학교 교사생활이 수월하게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선생에게는 그런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 한명만 옆에 있어도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어느날 수업중에 곤충에 대해 공부하던중 개구리, 올챙이 등을 배우는데 그아이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 너 이런 곤충 본적없어?"
 갑자기 내 머리속에는 그아이를 위해 뭔가 재밌는일을 벌리고 싶었다. 불현듯 이동네에 Kids Space 라는 학생 박물관이 있는것이 생각났다.

"우리 이번주 토요일에 키즈 스페이스 가볼까?" 아이들은 모두 손뼉을 치고 대답하며 좋다고 했다. 우선은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선생님이 이메일로 연락해볼게.

Field Trip (소풍)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 부모님들에게 여쭤보니 모두들 찬성해 주셨고 아이들을 박물관까지 직접 대려다 주셔서 한결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너무나 기대가 되고 설레였던 나의 어린제자들과의 소풍가는날!

특히나 그아이의 까르르 까르르 소리가 귀를 울렸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선생님 저것좀 봐요! 선생님저 더 있고 싶어요~ 좀 더 놀면 안되요?"

3시간 남짓 그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고 부모님들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입구앞에 나가서 부모님들을 기다렸다. 마침 작은 선물을 들고 그 아이의 아버님이 서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 아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가 한국학교 오는걸 너무 좋아했는데.. 저희가 부득이 다음달 부터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나게 됬어요. 한국어를 배울 게 많은데 아쉽네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머..어머..만 반복할 뿐.. 좋은 일을 하러 가시는건데 왜 이리 가슴이 찡하고 헤어지기가 싫은 것인지..

이제서야 그 아이의 눈빛이 기억났다. 그 아이의 가정은 선교사 활동을 위해 몇년전부터 준비 중이었고 아이가 그동안의 환경에 적응이 않 되어 새로운 곳에서 낯설고 불안하지만 그를 감추기 위해 반항아 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속은 마냥 순하고 착해서 조금만 아이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면 금방 무장해제 한다.

 그 아이와 헤어지던 날, 나는 2학년, 3학년 교과서와 동화책들을 바리바리 챙겨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프리카 가서도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 되!! 선생님도 잊으면 안되고!! "


 그아이가 지금은 제법 고등학생이 되있으리라.  이제 정말 사춘기 나이가 되었을 텐데 아직도 그런 반항아 적인 표정 지으며 선생님들을 대할까? 나를 기억해줄까? 그아이는 나를 기억을 못하더라도 나는 오래도록 생각하고 싶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으로 자란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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