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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을 먹은 쥐 Jan 01. 2023

인공지능과 같이 일하는 방법

ChatGPT는 노동자의 꿈을 꾸는가?

애매함에 관한 최초의 에세이 가운데 하나를 썼던 4세기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흔히 정교하다고들 하는 라틴어로 쓴 글에서 "당혹스럽게도 애매함이 무한이 뻗어나는 야생화처럼 자라난다." 라고 말했다.

— 클루지, 언어가 불완전하다는 몇 가지 증거들 | 개리 마커스


논리와 합리성은 인간이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지성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본성을 거스르는 노력을 투입해야만 가까스로 다가갈 수 있는 이상인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말도 안되는 말들이 쏟아지고, 엉터리 논리를 그럴듯한 구조로 쓰거나 심지어 엉터리 논리를 문장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채로 내뱉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비논리와 모호함, 오류를 저지르고는 하지요. 디자이너는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호함, 오해, 게으름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명확한 것들만을 시스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인터페이스라고 부르지요. 이전부터 사용자로부터 오는 정보의 모호함은 다시 물어서 구체화하고, 비논리는 오류를 설명해주도록 설계를 해왔습니다. 사용자가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을 인정하고 오류 발생을 회피하고 그로부터 복구하는 방법을 마련해두지요.


구조적인 설계부터 GUI에서 마법을 부려가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논리적 기계와 인간 사이의 접점(인터페이스)는 불완전할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저능'의 탄생

정말 그럴까요?

GPT는 모호함 속에서 결론을 내리고 답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아무말이라고도 하지만 이것 또한 인간이 말하는 것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어처리의 발달은 시스템이 인간에게 그 어느때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 자체가 모호함에 강인한 인터페이스가 된 것입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커맨드 라인의 배경색, 폰트, 커서가 깜빡거리는 주기만 디자인하게 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망치를 들어올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아직까지는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모호한 요구를 같이 고민할 동료가 생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ChatGPT와 함께 일하기

보고서에서 2페이지 요약서 결론 부분 있죠? 제가 일단 그것만 한번 봤는데 수정 사항이 좀 있어요.

—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 | 곽재식


세 번째 항목 쓰기

지금도 얼마나 많은 박사님들이 내용은 의미없지만 글자수는 중요한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기대 효과', 프리젠테이션의 페이지의 세 번째 항목, 역시 여기서도 세 번째까지 적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는 시간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럴듯한 아무말로 GPT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말과 고학력자의 시간을 교환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가성비있는 거래가 있을까요?


요약하기

사용성 평가 프로젝트를 하고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코멘트들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사용자 행동과 맥락을 보고 코멘트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고객들이 했던 말들을 많이 궁금해하거든요.

이전 프로젝트에서 고생을 한 뒤로 구글시트에서 문장분석 도구를 연결해 긍정적, 부적적 문장을 표시하도록 하는 플러그인을 만들었는데 한동안 프로젝트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ChatGPT가 나온 것입니다.


메일쓰기

은근히 신경과 시간이 쓰이는 일입니다. 적당한 표현을 골라주는것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 밖의 것들

품질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코드를 써주기도 하고, SGV로 그림을 그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동화를 써서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사람이 기사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어 표현을 물어봐도 좋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무엇을 떠올릴 때도 좋겠네요.


* 알려진 ChatGPT의 사용량과 유지비용을 고려하면 얼마 안가서 유료로 서비스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달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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