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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바나 Dec 31. 2024

추모글을 쓰고 싶은데 쓸 수가 없다.

세상에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있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나에겐 글쓰기가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일에 속한다. 글쓰기가 재밌다기보다 나의 마음이나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마음,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일요일에 만두전골을 먹다가 참사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외면했다. 똑바로 보기에 너무 마음이 쓰린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소식을 하나둘씩 접하게 됨에 따라 나도 간접 유가족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고통의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만 나는 슬픔 많은 이 세상이 너무 벅차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나의 상황이 참 무능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나의 삶을 살아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마음한구석에 슬픔이 있다. 명치 한가운데가 꽉 막힌듯한 느낌이 든다. 그 감정이 좀 괴롭다고 이렇게 글을 써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정도라면 그들은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텐데 말이다. 위로를 전하고 싶은데 쓰는 글이라고는 이렇게 내 감정을 토로하는 것밖에 안된다. 죄송하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기도한다. 유가족에게 이 고통을 이겨낼 삶의 이유와 힘을 부어주셔서 그들의 삶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회복되기를, 그리고 허무하게 가버린 이들이 지금 천국에 들어가고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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