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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읽는 2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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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y 11. 2019

리벳공 로지

현대 우먼 파워 아이콘의 탄생신화

현대 우먼 파워의 아이콘이 된 J. 하워드 밀러의 포스터 'We Can Do It!'

J. 하워드 밀러의 포스터 'We Can Do It!'은 1943년에 단 2주 동안만 웨스팅하우스 공장에 전시됐다가 까마득히 잊혀졌는데 80년대 재발견되어 오늘날 페미니즘과 우먼파워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포스터는 태생적으로 페미니즘과는 무관하고 단지 공장 노동자들의 생산력 증진을 독려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 포스터가 유명세를 타면서 포스터 속 가상모델이 '리벳공 로지 Rosie The Riveter'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밀러의 포스터와는 무관하지만 '리벳공 로지'는 실제 인물이긴 하다. 그녀는 미시건의 군수공장 조립라인에서 죽음의 무기를 만들었던 미국 여성, 로즈 윌 먼로(Rose Will Monroe)로 전쟁기간동안 회사의 전쟁기금 마련을 위한 판촉영화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 미 정부의 애국주의 프로파간다와 만나면서 '리벳공 로지' 캐릭터는 노래와 그림으로까지 등장하며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당시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서 공장 노동자가 부족하게 됐고 남성 노동자의 자리를 급속하게 여성들로 채워야 했다. "전기 믹서기를 써봤나요? 그럼 이제 드릴 사용법도 배워보세요."

하지만 미 정부에서는 여성들을 독려하는 일보다 힘든 것이 그녀들의 아버지와 남편을 설득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프로파간다와 상업광고는 높은 봉급을 미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애국주의 마케팅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작업복 입은 여성의 이미지다. 전쟁의 시기에 참호 속의 사내들은 몰핀처럼 핀업걸을 꿈꾸었지만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헤로인은 공장 노동자였다.

블루셔츠에 청바지, 짧은 갈색머리에 전동 리벳(산업전선의 총)을 든, 얼굴에 기름때가 잔뜩 묻은 건장한 여성에게 신화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삽화가 노먼 록웰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에 등장하는 예언자 이사야의 포즈를 빌려온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커버에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현대적 전사로 등장하는 '리벳공 로지'는 페니 로퍼 밑에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깔아뭉갠 채 태연히 샌드위치를 씹어먹는다.

물론 노먼 록웰이 그린 모델은 리벳공 로지의 실제 모델인 로즈 윌 먼로가 아니라 버몬트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하던 메리 도일이라는 19세 소녀였다. 어찌됐든 '지치지 않는 로지'를 찬양하는 데 그런 게 문제가 될 리 없었다.

블루셔츠에 청바지, 짧은 갈색머리에 전동 리벳(산업전선의 총)을 든, 얼굴에 기름때가 잔뜩 묻은 건장한 여성에게 신화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삽화가 노먼 록웰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에 등장하는 예언자 이사야의 포즈를 빌려온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커버에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현대적 전사로 등장하는 '리벳공 로지'는 페니 로퍼 밑에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깔아뭉갠 채 태연히 샌드위치를 씹어먹는다.

물론 노먼 록웰이 그린 모델은 리벳공 로지의 실제 모델인 로즈 윌 먼로가 아니라 버몬트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하던 메리 도일이라는 19세 소녀였다. 어찌됐든 '지치지 않는 로지'를 찬양하는 데 그런 게 문제가 될 리 없었다.

하지만 1944년 전쟁이 승리로 기울 즈음, 이번에는 미 정부의 프로파간다가 바뀌어 있었다. '여성 노동자들이여, 부엌으로 돌아가라!' 경리나 점원으로 돌아가면 봉급이 반토막 날 것에 불만을 품은 일부 여성들은 끝까지 공장을 떠나지 않았다.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

결국 노동이 그녀들을 자유케 하리라는 걸 그녀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같은 시기, 이 말이 아우슈비츠의 수용소 입구에 내걸릴 땐 역겨운 우스개가 돼버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