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PO와 1:1 커피챗 해본 후기
토스는 진짜 별걸 다 하는구나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토스 현직자와 1:1 커피챗 광고(a.k.a 토스매치) 를 발견했다. 이직한 지 얼마 안돼서 지원 의사는 크게 없었지만, '토스 현직자'와 '1:1 커피챗'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흥미로워 보였다. 광고를 클릭해보니 토스 측에서도 채용과는 무관한 신청이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띄웠고, '신청한다고 다 되겠어 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신청서를 작성해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운이 좋았던 덕일까. 아님 신청서가 괜찮았던 덕분일까. 일주일 정도 지나자 토스 측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선정되다니!!! 생각보다 훨씬 더 기뻤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챗을 준비했다. 요즘 한창 핫한 '토스 PO 세션'이 실무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나도 PO를 커리어 골로 생각하고 있는 터라 커리어에 대한 조언이 듣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토스 증권 PO 000 입니다
1:1커피챗 신청 시 희망하는 토스 계열사를 직접 지정할 수 있었는데, 나는 희망대로 토스증권의 PO분을 배정받았다. 너무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는 시즈널리티의 영향이 큰데 Carrying Capacity를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PO로서 데이터분석가와는 어떻게 협업하는지, 토스의 사일로 조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등.
편안하면서도 스마트하게 답변해주시는 모습에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 역시 토스야. 똑똑하고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구나! 주어진 30분을 넘지 않으려고 시간분배를 부지런히 했고, 덕분에 시간안에 준비해온 질의응답은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아이구 PO님 다음에 또 언제 뵙죠.'
'그러게요, 저도 다음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훈훈하게 인사를 마무리짓고 나니,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토스 지원'의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는 게 참 이렇게 그렇드라. (지킬) 안돼! 난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었는걸. (하이드) 아니 뭐 어때! 지원한다고 다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지킬) 그래도 안돼... 난 지금 회사가 좋단 말이야! (하이드) 바보야 이런 기회는 또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구!
추가로 궁금한 점은 저랑 통화 한번 어떠세요?
고민만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리크루터분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전화로 문의가 가능하다고 해 주셨다. 당연히 덥석 감사하다고 시간을 잡았고 그렇게 또 귀한 30분을 얻었다. '도전해보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리쿠르터 분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토스에서 일하면 더 이상 다른 부서에 부탁하지 않으셔도 돼요'라는 한마디가 너무... 와닿았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모든 직장생활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말이었다.
같은 직장인인데 왜 나만 개발자한테 이렇게 굽신거려야 하지? 내가 왜 이것 좀 해달라고 사정사정 해야하지? 한 번쯤 타 부서와 일하면서 이런 씁쓸함을 느낀 마케터나 기획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토스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일로 단위로 일하니까. 각자의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같이 프로덕트를 성장시키기 위해 한 단위로 일하니까 가능한 이야기였다.
결국은 뭐... 지킬이 승리했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뚜렷했고 아직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에 이곳에서 매진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글은 내가 느낀 토스라는 조직의 인상을 기억하고 싶어서 썼다.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 내가 다시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면, 그때는 꼭 토스에 도전하고 싶다. 몰입하고 집요하게 매달려서 임팩트를 남기는 경험. 지금은 있는 자리에서 충실해야지.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다정하고 유능한 토스의 사람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