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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Aug 28. 2024

연필이 짧아지는 만큼 아이는 자란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숙제를 한다. 국어교과서의 단어와 문장을 따라 쓰는 숙제다.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생전 처음으로 받아쓰기도 했다. 입학할 때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툴렀지만, 이제는 받침이 있는 글자도 읽고 쓴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아이의 첫니가 빠지는 것은 중요한 신호이다. 하늘에 속했던 아이의 영혼이 땅과 몸으로 더 깊이 내려와 세상의 것들을 배울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문자를 읽고, 쓰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래서 문자 교육도 보통 첫니가 빠지는 7세 이후부터 한다. 문자도 그냥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원리와 배경부터 그림과 시로 아름답게 전한다.

나는 아이가 첫니가 빠진 뒤, <발도르프 한글 첫 걸음>이라는 교재를 만든 이소영 작가님이 진행하는 발도르프 한글 수업을 들으며, 하늘과 땅 사이를 잇는 사람이라는 '천지인'에서부터 아이와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하나씩 익혀나갔다. 글자의 원리와 의미를 음미하느라 익히는 속도는 느렸지만 내가 쓰는 언어, 우리 민족의 뿌리, 내가 서 있는 세상을 돌아보게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도 새롭게 알게 된 글씨를 정성을 다해 힘 있게, 바르게 옮겨 쓴다. 오늘은 빼곡히 글씨가 쓰인 공책과 몽달연필들에 시선에 머문다.


연필이 짧아진 만큼 아이는 커졌다. 여름날의 풀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를 더 많이, 더 오래 지켜보기 위해서는 분주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 중 글에 잔상을 담아 잠시 숨을 고르며 쉼표를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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