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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r 17. 2024

사람이 우선인 이상적인 회사

링크드인에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외국 회사들과 국내에 있는 외국계 회사들은 마케팅부터 구인, 구직을 링크드인을 통해서 많이들 하기에, 지금의 회사에 합류하자마자 나의 보스의 제안으로 나 또한 링크드인에 경력위주로 최소한의 프로필을 올려두었다. 그랬더니 업계에서의 나의 경력을 보고는 구인 제안이 온 것이었다. 대한민국 대기업에서의 잡 오퍼였다.


뜻밖의 제안에 놀라기도 했고, 나의 경력과 실력이 아직도 쓸모가 있음에 기분이 좋았지만, 정중히 제안을 거절하였다. 물론 연봉이라든가 복지 등의 조건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예전에도 헤드헌터에게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한창 잘 나갈 때라 직책과 연봉등 모든 조건이 당시 회사보다 나았지만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도대체 얼마를 주면 되겠냐고 묻길래,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고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아서 다른 회사로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하였더니 그제야 알겠다고 하며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예전에 일했던 회사의 그룹 CEO가 바뀌면서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 되어버리기 전까지 나는 회사에 진심이었다. 지금 회사의 나의 상사는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동료였는데, 회사의 본질이 변하자 퇴사하고는 본인의 회사를 오픈하여 몇 년 만에 대만에서 업계 일위의 회사가 되었다.


나의 상사는 나보다 조금 연장자인 미국인 백인 남성이다. 미네소타주의 시골에서 태어나 건강하지 못한 환경을 벗어나고자 20대에 혼자서 머나먼 타국 땅인 대만으로 건너와서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홀로서기를 한 착실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다. 예전 회사가 보란 듯이 회사 이름을 '사람이 우선(People First)'이라고 짓고, 회사의 모토를 직원이 소유한 회사(an employee owned company)로 하여, 순수익에서 15 퍼센터의 회사기금을 제외하고 85 퍼센터에서의 50 퍼센터를 직원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정책을 만들어 매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술회사도 아니고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보니 사람이 우선시 되어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대표가  직원들과 이익을 반씩이나 나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나의 상사에게는 빅피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정책으로 인해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고, 이직률 또한 낮을 수밖에 없으니 업계에서 최고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국 지점은 코비드 19가 발생하기 얼마 전인 2019년에 오픈했지만, 코비드에 운영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2021년까지 계속해서 적자상태였다.


코로나로 지친 몸을 쉬어가려고 잠시 한국에 왔다가 [어쩌다 쿠바]를  출간하게 되었고, 쿠바로 다시 돌아가기 이틀 전에 지금의 상사와 연결이 되면서 2022년 1월부터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실무만 담당했던 나는 회사의 재정상태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물어보지도 않은 채 일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나의 건강을 해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줄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었다.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하여 예전보다 연봉은 낮았지만 하나씩 다시 시작하였다. 3월엔 이명이, 5월엔 엄청난 하혈이 발생하며 결국 생애 첫 수술까지 하게 되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몹시 힘들었지만, 그 해에 한국사무실 오픈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달성하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의 하혈은 산재였고, 그야말로 피를 쏟아부은 결과였다.


내가 온몸을 바쳐 일하여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준 것에 나의 상사는 크게 감사하였고, 순수익에서 내가 받기로 한 부분 외에 본인의 몫을 나와 팀원에게 온전히 나누어 주었다. 본인은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 그는 말로만 하는 게 하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지난주에 2023년의 결과를 세무담당회사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대만에 있는 나의 상사와 화상회의를 하였다. 평소에도 상사는 늘 나와 팀에게 감사를 표현하는데, 이번 화상회의에서 그는 나를 또 한 번 감동시켰다.


2023년 회계자료를 검토하고는 총수익은 늘어난데 비해, 2022년 보너스가 지출로 잡히면서 2023년 순수익이 줄어들어, 올해 나와 팀원이 받을 보너스가 작년에 비해 적어질 것을 우려해서 본인의 몫을 나누어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를 주면 되겠느냐고 물어보길래, 나와 팀원이 일하는 것을 보면 많이 받아야겠지만, 재경 책임자이기도 한 나는 작년처럼 모두 나누어줄 필요는 없고 반정도면 괜찮을 거 같다고 하였다. 이에 상사는 주말 동안 검토한 후 제안서를 보내주겠다고 하였고 그도 나도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내가 회사를 위해 일하는 만큼 돈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회사에 미래가 있고, 나의 성장을 회사의 성장으로 보며, 나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하며 감사의 의미로 수익의 일부를 나누어준다면 어떨까?


"너랑 수정이랑 평생 함께 일하고 싶어. 그리고 너희들이 회사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는지 잘 알고 있어. 정말 고마워. 내가 복이 참 많아. 너희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야. 그래서 너희를 위해서 내 수익을 나눠줄까 해."


지극히 개인주의자이며 본인을 드러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용히 일만 하는 내 미국인 남자상사가 화상회의 중에 한 말이었다.


그래서 거절했다 대기업의 제안을.

나는 작지만 내실 있고, 인간적이며 나를 인정해 주고 말로나 행동으로나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나의 상사와 일하는 게 더 좋으니까.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함을 실적으로 보답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도 나도 약지 못하고 구식일 수도 있겠지만 난 서로를 신뢰하고 일은 고되어도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는 담백한 회사가 좋다.


다음 달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대만팀들과 만나 3박 4일 동안 친목도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원래는 연말에 진행되어야 했는데, 대만지사장이 11월에 출산을 하여 날짜가 점차 연기가 되어버려 따뜻한 봄날에 오키나와에서 모이게 되었다. 대만팀 중 두 명은 예전 동료라 오랜만에 보면 얼마나 할 말이 많을지. 그리고 이 업계가 완전 처음이고 나의 트레이닝만 받은 나의 팀원에게는 대만 팀과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기대가 될 듯하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래를 보면 얼마동안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일은 AI가 대체하기에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라 건강이 허락한다면, 년은 할 수 있을듯하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서로 존중하고 감사하며 인간을 중시하는 그런 건강한 기업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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