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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Aug 07. 2024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남편이 쿠바로 떠난 날, 부동산 온라인 수업 신청을 했다.

남편이 없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해보고 싶기도 했고, 십 년 후부터의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방책이기도 하여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인데 문자 한 통에 덜컥 신청해 버렸다.

 

들뜬 마음으로 시작은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그동안 사랑해 왔던 나의 과거가 오염되기 시작하여 마음의 혼란함이 매일 소용돌이치듯 힘들어졌다.


지금까지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였고, 또 그렇게 살아왔는데 반백년이 되는 지금에서야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실을 제대로 접하고 나니, 지난날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문득, 남편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지만, 우리 둘이 오손도손 소꿉놀이하듯 살았던 그때의 쿠바였다. 그중에서도 코로나가 시작되어 외국인인 내가 외출이 금지되어 103일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던 그때.


하루종일 남편이 밖에 나가서 먹을 것을 구해서 오면, 그게 콩 한 줌이 되었든 치즈 한 덩이가 되었든 상관없이 기뻤고, 그걸로 저녁을 지으며 별 것 아닌 일에 감사하고 기뻐하던 그때.


종이 한 장 구하기 힘든 곳에서 커다란 달력 같은 종이를 구해 뒷 면에 30일 칸을 그리고는 매일 계획을 만들어서 책 읽고, 글 쓰고, 운동하고 요리하던 그때.


오직 우리 둘 만의 세상에서 서로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던 그때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자리를 잡으려고 일하고 공부하며 자본주의 라이프에 적응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지낸 우리의 과거였다.


차라리 그때가 좋았을까?


그때 나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환경을 즐겼기에 후회 없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지 않을 시간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지만, 현실을 보면 한 편에 묻어나는 아쉬움이 진해지는 건 나도 이 사회에 충분히 녹아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맞춰 살아가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나를 잃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이 아침에 올라와 기록을 남겨본다.


오늘도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또 다른 행복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아야지.


https://brunch.co.kr/@lindacrelo/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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