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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Nov 29. 2021

노트북


대부분의 글을 폰으로 읽고 보기 때문에 컴퓨터를 마주 앉을 일이 별로 없다. 우리 집에 있는 컴퓨터는 10년쯤  소니 노트북이다. 분명 노트북인데 책상 위를 떠나본 적이 없는 노트북이다. 노트북을 켜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전에  노트북에 꽂혀있는 전선 3개를 빼고 식탁으로 가지고 갔었다. 노트북은 식탁에 가자마자 산소호흡기를  환자처럼 바로 꺼져버렸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분명 배터리가 노후돼서   같았다. 다시 책상으로 가지고 가서 3개의 전선을 연결하니 켜진다. 노안이  것인지 모니터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노트북 화면으로는 지금 쓰는 이런 글자가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리하여  쓰는 모니터를 받아와 연결을 했다. 그게  번째 전선이다.  번째는 전원코드 선이다.  번째는 프린터 연결선이다. 그런데 프린터 역시 매일매일 쓰지 않으니 잉크가 굳었는지 나오질 않는다. 잉크 양이 5칸이라면 2칸이 남아 있는데 잉크를 교체하라고 프린트는 작은 창에 문자를 띄운다. 이상하다. 자동차라면 1칸이 없어질 때쯤 기름이 없다는 경고등이 들어오고 1칸이 없어지더라도 조금은 운행할  있다. 프린트는 남아 있는데도 교체하라고 한다. 정품 잉크의 가격을 생각하면 또다시 사고 싶지가 않다.  인쇄 기능은 포기하고 스캔 기능만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얼마 전에는 전선이 하나  꽂혀있었다. 키보드 연결선이다. 노트북의 자판이 작아서 자꾸 오타가 나고 커서를 나도 모르게 옮기게 되어 일반 키보드를 연결해 놓았었다. 무선 마우스 연결 잭까지 포함하면  작은 노트북에 연결선만 6개였던 거다. 6번째 선은 인터넷 연결선이다. 노트북을 와이파이로 사용하였더니  하나 켜질 때마다 1분이 걸려서 직접 연결선을 끼워 놓았다. 아마도 이건 와이파이의 문제는 아니고 노트북이 오래되어서 느린  거다.


우리는 왜 컴퓨터를 교체할 생각이 없는 걸까? 이 문장을 쓰다 보니 알겠다. 청설모는 집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 현재는 청설모가 우리 집의 주 수입을 담당하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미래엔 나도 우리 집  수입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자 컴퓨터를 사용하여 작업도 하고, 글을 쓰고 있는데,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서 청설모에게 피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아직 컴퓨터가 죽지는 않았기에 나도 할 말은 없다. 여기까지 쓰고 잠시 나갔다 와야 한다. 노트북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중간 저장 버튼을 누른다.


이제는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왼쪽 목기둥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따로 연결해 놓은 이유 중 하나는 연결된 모니터가 오른쪽에 있어서 노트북에 있는 자판으로 글을 쓰면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어 목이 아프기 때문이다. 나에게 글을 조금 더 쓸 시간이 남아있어  현재 화면을 다시 노트북으로 옮겼다. 노트북의 화면은 내 눈보다 낮은 곳에 있기에 저절로 내 목은 거북이처럼 된다. 더 이상 안될 것 같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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