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0. 두려움의 깊이는 내가 만든다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의 두려움의 깊이는 어느 정도 될까?
보디빌딩 대회 이후로 예전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버킷리스트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리하던 중 문득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그 버킷리스트는 내가 8년 동안 미룰 정도로 가장 두려워했던 버킷리스트였다. 모험가가 가장 무서워한 버킷리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바로 스카이다이빙, 번지 점프하기였다. 별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예전부터 호텔에 있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못 타서 걸어 올라갈 때도 많았고 2,3층 높이에서 땅을 봐도 다리가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때문에 땅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 정도로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를 적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전에는 시간이 없고 국내에 있다는 핑계로 미뤄왔었고 세계여행을 했을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가슴 한편에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응어리가 있었다. 그러나 삶의 변화 간절해서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도 했고 이번만큼은 회피하기 싫었다. 그렇게 나는 일단 현금 결제부터 했다. 250KM 고비사막 마라톤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일단 현금 결제를 하는 편이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현장에서 결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가면 또 안 할까 봐 인터넷으로 예약 결제를 했다.
그리고 나는 호주에서 레저의 메카 케언즈로 갔다. 여행도 할 겸 일주일 전에 도착했는데 사실 나는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계속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도 계속 얹히는 느낌에 소화도 안되고 그렇게 일주일간 걱정만 하다가 번지점프 전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괜히 신청했다.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역시 이럴까 봐 미리 결제를 한 것이었다.
만약 돈 계산을 안 했다면 나는 아마 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대망의 번지점프를 하는 날, 50M 높이 번지대를 향하여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데 침이 바싹바싹 마르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옆에 난간을 잡으면서 한 발 한발 내딛는데 뛰어내리기는 무섭고 그러나 앞으로 나가야 하는 그 심정은 정말 하늘을 보며 소리 지를 정도로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50M 번지점프대에 올라서니 직원 두 명이 웃으면서 장난을 친다. 아마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사실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그리곤 줄과 내 발목을 묶고 번지대 앞으로 섰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높이였다. 막상 올라가니 이건 도저히 뛰어내릴 수 없는 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올라갈 때도 높은 건 알았지만 실제 올라가니 그 공포는 정말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그걸 본 직원은 잠시 뒤에서 생각 좀 하고 뛰라고 한다. 그렇게 1차 실패 후 5분 후에 다시 번지대에 섰는데 순간 내 삶을 변화하고 싶었던 절박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이 두려움을 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전하라고 말하고 두려움을 넘어라고 말할 것 인가.
말로만 번지르하게 말하면 그게 동기부여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말 주변이 없어도 정말 나의 진정성을 담은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뛰어내려야지. 그렇게 내가 생각만 해도 눈물 날 것 같은 간절한 꿈을 이야기하면 뛰어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온 힘을 다해 하늘에 외쳤다.
“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누가 뭐라도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할 수 있다 최 씨! ”
그리고 한발 내디뎠고 그때 느낌은 정말 아찔했다. 떨어지는 순간은 1초밖에 안 걸리는데
내려가던 중에 안 떨어지길래 밑을 보니 아직 절반밖에 떨어지지 않아 굉장히 떨었던 생각이 난다. 그 이후로는 출렁출렁 거리며 수직으로 왔다 갔다 했고 나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기쁨에 힘차게 소리 질렀다! “I made it! 해냈다!”
번지점프가 끝나고 스스로에게 너무 감격스러워서 이것저것 기념 티셔츠, 볼펜, 엽서까지 사고 나왔다. 내가 번지점프를 했다는 그 성취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내일은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굶었던 사람처럼 밥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한번 해봤으니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부담이 덜했던 것 같다. 그전에 일주일간 째작째각 먹어서 그런지 밥을 먹는데 2끼씩 먹었다.
그리고 스카이다이빙 하는 날이 다가왔다. 스카이다이버들에게 설명을 듣고 장비 착용 후 헬기를 타는데 역시 긴장되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곤 헬기는 쏜살같이 위로 계속 올라가는데 그만 올라가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순간 더 올라가는 것이다. 순간 밖을 보니 마을이 장난감처럼 보이는데 진짜 내가 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에 사람부터 뛰어내리는데 하필 내가 제일 뒤 마지막이라니, 사람들이 뛰어내릴 때마다 헬기가 철컹철컹하는데 정말 식겁했다. 그리고 내 차례에서 스카이다이버가 나를 미는 순간 함께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며 빛의 속도 같은 체감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행복했다. 정말 재미있었고 그 순간을 내가 즐겼기 때문이다. 스카이다이빙은 한번 더 시켜준다면 또 하고 싶은 정도로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렇게 해변가까지 내려가서 낙하산이 펼쳐지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내가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을 둘 다 해냈다는 성취감이었고 더 큰 이유는 후회와 반성의 눈물이었다. 생각해보니 별 것 아니었는데 나는 이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8년간 혼자 끙끙 앓고 나중에 해야지 걱정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참 바보 같이 느껴졌다. 그냥 해보면 됐을 텐데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두려움을 엄청나게 키워온 나 자신이 바보 같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안도했다.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내가 이번 기회에 절박함이 없었다면 평생을 고민만 하고 미뤘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깊이를 알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면
일단 강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구명조끼를 입고 건널까 고민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더욱 커지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구명조끼 말고 배를 타고 건너야지, 아니 비행기 타고 건너야지 이렇게 스스로 거대한 장벽을 만든다. 그러나 일단 한발, 두 발짝 내디뎌보면 강물의 높이가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이후로는 그냥 쉽게 강을 건너는 것이다.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두려움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믿는 크기가 두려움의 크기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두려움의 깊이는 높아진다. 그러나 일단 한 발짝 내디뎌보면 두려움의 깊이는 나의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