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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Valerie Sep 17. 2019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

우리는 어떻게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가?

*본 글은 글쓰기 모임 Meeji의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트업,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글쓰기> 참여를 통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극초기 스타트업이라 채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함께 마음 맞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과정이 어쩌면 지금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채용"의 과정과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현지야. 네가 기분 나빠 할 수도 있는데,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 너 주변에 육아맘들이 많은데 왜 나랑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어?"


"야! 이게 무슨 기분 나쁜 질문이라고? 나 기분 하나도 안 나빠! 아니 생각을 해봐. 내가 그 엄마들을 안 지 1년이 됐어? 5년이 됐어? 몇 개월도 안됐는데 뭘 믿고 그 사람들하고 창업을 해? 우리가 비록 10년간 연락을 하고 살진 않았지만 너를 알고 지낸 지가 거짓말 좀만 보태 20년이야. 그럼 말 다 한 거 아냐? 모든지 신뢰가 바탕이 돼야 된다고 생각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을 흘리는 친구를 보며 처음에는 너무도 당황스러웠고 어찌 할바를 몰랐다.


"왜 울어? ㅠㅠ"


"아니, 그냥 네가 나를 선택해 줘서 너무 고마워서. 아기 키우면서 집에만 있다 보니 내가 너무 보잘것없는 사람 같이 느껴지고 일을 너무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고, 아이가 있으니 선뜻 시작할 수도 없었는데, 네가 같이 하자고 해서 너무 고마웠어."


마음속으로는 함께 울고 있었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5분 뒤면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PT를 하러 가야 됐기 때문이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매일매일이 도전이고 어려움에 부딪친다. 가끔은 시작한 지 얼마 됐다고 주저앉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힘내서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갈 수 있는 건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갔던 로비에서 ‘나를 선택해줘 고맙다' 이야기해준 오랜 친구이자 지금은 헤이키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팀원인 유진이의 눈물 때문이다.






처음 팀원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사항은 같은 목표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내가 느꼈던 문제점을 그들도 느끼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 이런 전제조건을 갖게 된 데에는 이전 창업을 통해 제3의 멤버가 두세 번 바뀌는 경험을 통해서였다. 지금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그들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란 걸 깨닫는다. 거기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A부터 Z까지 니일내일 구분 없이 일을 해야 되는데 본인에게 주워진 혹은 본인 분야와 관련된 일만 하려는 극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멤버를 선택한 것도 나의 불찰이었다. 물론 인재상은 굉장히 상대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맞지 않은 팀원이었다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최고의 팀원일 수도 있단 생각을 하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재상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는 당시 남친 현재는 남편인 사람과 2015년 프리랜서 MC들을 고객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창업했다. 그때만 해도 난 바이럴 영상의 파급력에 빠져 있었고, 카메라 앞에 서길 꺼려하지 않는 MC들의 이야기를 담아 마케팅하기 위해선 영상제작이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제3의 멤버로 영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유학시절 친구를 초대했고 그렇게 우리 셋은 초기 창업을 함께 했다. 아티스트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던 그 친구는 영상 외에 일은 하기 꺼려했고 우리에겐 영상을 찍을 단계까지 가기까지는 시스템 구축부터 콘텐츠 개발, 영업 등 할 일들이 태산 같았다. 그러다 보니 대표직을 수행하는 남자 친구와 부딪치는 일이 잦았고 난 중간에서 중재하느라 애를 먹었다.(물론 나도 남자 친구와 개인적인 감정 다툼이 잦아 그 친구의 중재가 더 많았단 걸 인정한다.... 그러므로 애인끼리 창업하는 건 비추한다...) 애초부터 그 친구는 MC시장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칭해 주는 비전에 대한 관심보다 오랜 시간 기계적으로 영상만 찍어대는 홈쇼핑 카메라맨 포지션을 때려치우고 본인이 찍고 싶은 영상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단 기대감으로 합류했기에 그 동기가 굉장히 달랐다고 생각된다. 한동안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점점 서로를 알아가며 각자의 일 이상의 것들을 나누기 시작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었고 1년 6개월 후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현재는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 미안함 반 고마움 반의 마음으로) 그 후로 제3의 멤버 자리에 몇 명이 거쳐 갔지만 이도 비슷한 이유로 오래갈 수 없었다. 결국 우리에게 맞는 인재상을 선택하지 못했단 데에는 나의 잘못이 가장 컸다고 생각된다.






나와 함께 정부지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함께 했던 유진이는 오랜 시간 공항 면세점 의류 매장에서 고객 영업과 응대를 도맡아 했다. 성격이 서글서글해 판매 실적도 좋았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성격에도 맞아 일하는 걸 즐거워했지만 출산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 일하기 좋아하던 친구가 3년간 독박 육아로 집에서 아이하고만 고군분투하다 보니 내가 오랜만에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된 친구는 너무도 지쳐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제3의 멤버인 6년째 일을 놓았던 멤버도 그랬다. 우리 셋은 오랜 시간 일에 대한 열정을 꾹꾹 누르고 있다 보니 포텐이 터진 것처럼 일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비축 해 놓은 사람들끼리 모여 우리 아이와 함께 듣고 싶은 클래스를 찾아내고 기획하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어떤 동기부여보다 강력하단 생각을 한다.


유진이는 영업 쪽에 일을 오랫동안 했던 경력으로 키즈 에듀케이터(아이들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우리는 키즈 에듀케이터라고 이름 붙였다)들과 어머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나도 다른 멤버도 할 수 없는 특유의 영업력과 친근감, 공감력으로 우리 편의 사람들을 만들어가고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일들도 3년간 쌓은 살림 내공으로 회사 살림도 알뜰살뜰 챙기는 팀원이 내 옆에 함께하고 있어 너무도 든든하다.


다시 창업을 하며 한 가지 신경 쓰고 있는 점은 아무리 바빠도 팀원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갈 사업의 방향과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교육/경험을위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팀원들과 프라이머, 스파크랩스 데모데이, 각 종 스타트업 행사 및 교육 등을 동행하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이런 길이다라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며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체크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같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얼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간다 하더라도 목표라는 무형의 색감과 방향이 일치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서로 맞춰가야 되는 과정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비슷한 방향을 지향해 우린 만났지만 창업을 해가며 그 방향이 일치해져 가는 여정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공동창업자는 배우자를 찾는 것과 맘먹는 일이라고 들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이성들을 만나고 이별하고 마음 아파하다 남편을 만났듯이 나와 맞고 우리 팀에 맞는 인재상을 몇 번의 이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당연한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제4의 멤버, 5의 멤버, 6의 멤버를 찾아 나설 때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기준으로 인재상들을 찾겠지만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건 같은 비전을 바라본다는 이 기준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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