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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Valerie Sep 24. 2019

육아맘 육아맘을 상대하다.

우리는 어떻게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켜왔는가?

*본 글은 글쓰기 모임 Meeji의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트업,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글쓰기> 참여를 통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여보세요?"

"지금 종로 3층 강의실 앞에 와 있는데 왜 문이 닫혀 있죠?"

"네.......네?"

"왜 문이 닫혀 있냐고요??"

"아 잠시만요 어머니, 제가 확인하고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핸드폰 너머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는 누가 봐도 화가 잔뜩 나 있는 고객이었다. 전화를 끊고 얼음이 된 팀원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슨 일이야?"


얼굴이 사색이 된 것만 봐도 이건 잘못돼도 뭔가 한참 잘 못 된 것을 알면서도 딱히 뭐라 이야기해야 될지 몰라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팀원만큼이나 나도 멘붕상태였다.


"우선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자.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 어머니 처음부터 까다로웠어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이라도 갤러리로 갈까?"

"가긴 어딜 가!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환불해드린다고 해. 그러고 나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방학기간이라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업들이 열리고 예약자 관리를 한꺼번에 한 명이 도맡아 하다 보니 실수가 터질 만도 했다. 유난히 며칠 전부터 까다롭게 수업에 대해 여러 번 문의는 주는데 마치 예약은 할 것 같으면서도 예약은 하지 않고 잊을만하면 연락 와 제대로 된 사업장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사업자등록증을 보내달라. 왜 계좌는 개인 이름으로 돼있나. 사업자 통장 번호도 보내달라란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지 않은 그분이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 통장으로 수업 전날 밤늦게 입금했단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서로 입금내역서를 확인하기 위해 카뱅 모임 통장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고, 사업자를 내기 전부터 사용한 계좌번호라 딱히 불편한 점이 없어 사업자 통장으로 바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어떤 이유도 변명이 될 수 없기에 꼼꼼히 크로스체크하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고객의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헤이키도의 경험을 어떻게 만회할까? 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환불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유난히도 더웠던 그 여름날, 본인 동네도 아닌 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이와 엄마 사이의 애착관계를 점검받고 싶은 마음을 잔뜩 가지고 왔는데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육아맘인 내가 아이를 데리고 그 상황에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정말 헤이키도의 '헤'짜도 듣고 싶지 않을 만큼 짜증이 났을 거다. 아니, 나는 아마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 걸어 엄청나게 컴플레인을 하고도 분이 삭히지 않았을 거다. 맘카페에 이런 뭔 놈의 말도 안 되는 서비스가 있냐며 욕을 한 바가지 쓰지는 않았을까?(내 성격이 이렇게까지 나쁘진 않다...이상하게 아이와 관련된 일이면 좀 오바스러워질뿐...) 그렇다면 나라면 어떤 보상을 받아야 그나마 이런 마음이 누그러질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분은 이 수업 외에는 다른 수업에는 관심이 1도 없었다. 해당 에듀케이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다음 주 이 고객님만을 위해 수업 개설을 요청했다. 한 아이만 수업하는 비용은 회사차원에서 지불하기로 하고 대표인 내가 정중히 전화 걸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하고 수업 개설을 말씀드리니 이런 일로 대표가 전화까지 왔단 놀람과 개인 수업을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단 사실에 고맙단 말까지 전해 들었다. 수업 당일날에도 우린 클래스가 열리는 곳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가서 인사드리고 수업 잘 끝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돕기 위해 종로로 출근을 했다. 수업 만족도도 높았고 남편과도 아이가 수업을 해보았으면 좋겠단 말을 남기고 떠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다.


육아맘이란 고객의 특성상 아이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육아는 지치고 지친 육아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위해 혹은 우리 아이에게 좋은 경험/배움을 주기 위해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아이와 집을 나서기 때문에 그 경험이 불편함으로 다가오면 다른 고객군보다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육아맘들의 소통의 장인 맘카페가 활성화돼 있다 보니 한번 좋지 않은 평이나 이야깃거리가 나오면 오바 조금 보태서 사업을 접어야 될 수도 있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항상 이런 점을 신경 써가며 한 명 한 명의 고객 경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헤이키도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고객 니즈를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생일 파티를 하는데 선생님을 초빙해 수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수업 개설을 요청하고 싶어요.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은 아이들이 다 외국인이라 영어로만 수업 가능한 선생님으로 부탁드려요.'


'미술 수업을 집에서 방문 수업으로 듣고 싶은데 원데이를 해보고 마음에 들면 매주 수업을 듣고 싶어요.'


이렇게 예상 못한 요청들이 들어올 때면 우리의 암묵적인 룰은 '우선 진행해 보자!'이다. 이게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일단 해봐야 아는 거고, 니즈가 얼마나 있을지는 마음을 열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요청은 비용이 맞지 않아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고 두 번째 요청은 만족도가 굉장히 높게 끝나 매주 수업 진행 요청이 들어왔지만, 에듀케이터의 개인 사정으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공방 수업의 후속 예약을 할 정도로 헤이키도의 충성고객이 추가됐다.


우리가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던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감지하고 그 서비스를 시도하게 될 때면 가끔은 우리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이건 우리가 지금 극초기 스타트업이란 이유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방문수업 혹은 강사 파견이 우리의 주된 서비스가 아닌데 과연 이 서비스를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진행을 해야 할지 혹은 진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들어왔고 그걸 충분히 처리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데 우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단 이유로 진행하지 않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등의 복잡한 고민들을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난 것은 없지만 얼마 전 팀원들을 긴급 소환해 열었던 워크숍에서 내린 결론은 우선 핵심 서비스 한두 개에 집중을 하고 현재로써는 다른 니즈들은 확인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핵심 서비스가 조금 더 자리 잡을 때까지는 잠시 'keep' 해놓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앞선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모두가 육아맘이기에 우리의 고객인 육아맘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싫든 좋든 우리도 주말이 되면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된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 가지?를 우리도 주말이 되면 고민을 한다. 내가 곧 고객이고 고객이 곧 우리다. 마치 동지애적인 본딩?이 우리 사이에는 존재한다고 해야 될까? 


추가적으로 육아맘도 스타일이 다 다르다. 다행스럽게도 함께하고 있는 팀원 세 명 다 육아 스타일이 다르고, 외부에서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때 지갑을 여는 포인트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만들고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면 각자의 다양한 시각들을 의견으로 내놓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양한 육아맘 고객 들을 커버 할 수 있단 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가 고객이다'란 우리만의 특유한 포지셔닝을 가져갈 것이다. ‘나라면 어떨까?’란 역지사지의 마인드 그런데 싱크로율 99.9%의 육아맘 고객 빙의가 가능하단 점이 어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스타트업치고 좀 진행이 느리다는 단점을 보완해 줄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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