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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가든 Jun 21. 2024

밤새도록 영상을 계속 보게 만드는 디자인 설계 방식

디자이너 관점에서 살펴보는 '지복점 매커니즘', '무효화'

다나카&닛몰캐시


못 말리는 아가씨, 또 핸드폰 하는 거예요?

잠깐 보러 들어간 SNS, 취향을 저격하는 영상들이 끝없이 이어져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본 적 있으신가요? 흔히 '도파민이 터진다'라고 하죠. 그래서 계속 영상을 보게 됩니다.

"내가 왜 계속 영상을 보게 되는 거지..?"를 고민해 봤다면 '지복점(bliss point)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해요.


지복점 매커니즘이란, 극강의 보상과 쾌락을 주고 결국 중독에 이르게 하는 매커니즘인데 온라인이 우리를 중독시키는 원리와 흡사합니다. 마치 음식을 먹을 때의 쾌감이 도파민을 분비하고,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먹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지복점 매커니즘엔 쾌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동영상을 보다가도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들고 몸도 마음도 피곤해졌던 경험도 있을 거예요. 쾌감과 함께 죄책감도 찾아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불안해진 마음을 다시 평화로운 상태로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걸 '무효화'라고 합니다. 무효화는 프로이트가 정의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무효화(undoing)는 건강하지 못하거나 파괴적이거나 위협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취소하거나 없애고자 반대 행동을 취하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폭행하려 하는 생각이 들면 지나치게 그 사람에게 잘 대해주거나 수용한다.


출처 : 인스타그램 @sighswoon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도 '무효화'하려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어요. SNS와 동영상을 보며 지친 눈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디지털 휴게소 영상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는데, 자연의 풍경과 소리로만 구성된 심플한 영상들입니다. 늘 자극적인 영상만 봤던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보면서 '무효화'를 시도하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일까요?

위에서 예시로 든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장시간 동영상을 시청한 죄책감은 잠시 덜 수 있지만, 결국 쉬는 시간에도 영상을 계속 보는 셈이고 해당 영상이 끝나면 기존 시청 행동을 이어가는 건 똑같습니다. 즉, 무효화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엔 무효화가 되지 않는 행위인 거예요.


인스타그램 / 틱톡


이미 도파민 폭발 콘텐츠를 많이 생성하고 배포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는 사용자가 일정 시간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면 잠시 휴식해 보라고 권고하고, 심호흡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것도 그다지 좋은 근본적인 해결책인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서비스가 노리는 꼼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지복점’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가 계속 서비스를 쓰고 싶게 하고 ‘무효화’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떠나고 싶은 마음을 희석하고 있는 거죠. 마치 ‘서비스가 사용자를 배려하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사용자를 방심하게 해서 더 오래 머물며 영상을 소비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숏폼 콘텐츠가 많아지고, 도파민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콘텐츠 서비스의 디자인 설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본 글은 책 <디자인딜레마>에서 발췌한 글로, 카드뉴스 콘텐츠로 재구성해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딜레마 인스타그램에서 디자인과 딜레마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카드뉴스로 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design.di1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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