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를 눌렀는데, 500페이지가 뽑힐 확률
(feat. 무모한 도전의 서막)
폭풍같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이런 표현들이 어울리는 3월 한주였다.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도 있지만
나의 뇌구조의 80% 이상을 차지한 관심사는 바로,
첫 대학원 수업이었다.
너무나 생소한 분야,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원우들은
전공과 관련된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았다.
난 수강신청부터 난항을 겪었다.
대체 로그인은 왜 안 되나.
내가 듣고 싶었던 과목은
못 찾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개설되지 않은 것인지
학과 사무실에 수통의 전화를 하고
겨우 수강신청을 끝냈다.
이렇다 보니 스스로 위축되는 부분도 있었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
공부하고 싶었지만
과다 업무로 예습은커녕,
저녁 7시 수업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걱정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 학기는 전면 온라인 강의.
특수대학원은 원우들끼리 인맥도 쌓고
정보 교환도 하면서 같이 공부하면 큰 힘이 된다는데,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수업 일이 다가왔고 두려움 또한 커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수업과 관련된 논문들도 찾아보고 했지만
솔직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블랙보드에 참고 자료를 올려주셨다.
오- 왠지 이걸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자료를 확인도 안 한 채 일단 프린트를 눌렀다.
그. 런. 데...
“대체, 이 프린트 누구 거예요?
아... 혼자 이렇게 많이 뽑으면 어쩝니까! “
프린트는 5분이 지나도록 종이를 토해내고 있었고
10장 정도 나올 줄 알았던 자료는
쌓이고 또 쌓여갔다.
서둘러 컴퓨터에 띄워진 자료를 체크해봤다.
맙소사! PDF 파일로 500여 장...
이렇게 방대한 양의 자료일 줄이야!
그래도 프린트를 멈출 순 없어서
철면피를 깔고 자료가 나오길 기다렸다.
출력한 자료들은 한자와 한글이 혼재돼 있었고
법에 관한 조항으로 가득했다.
나에게 난독증이 있었나 싶을 만큼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들이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문도 써야 하고
토론도 해야 하고, 시험도 보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도 살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공부를 만만하게 생각했고
그저 입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가 앞섰던 건 아닐까...
15년 동안 방송작가 일만 해오던 내가
갑자기 법 공부라니...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나는 왜 돈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라며 절망했다.
자존감은 새우등처럼 움츠러들었고
이렇게 멘탈이 무너진 상태에서 수업을 맞이했다.
막 학교에 입학한 여덟 살 우리 딸내미보다
더 요란스러운 나의 첫 대학원 입문기...
앞으로 ‘잘 해내겠다는 각오’보다는
‘버티자! 일단 버텨야 한다는 비장함’이 필요하다!
좌충우돌,
아이 둘 워킹맘의 대학원 생활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글로 하소연이라도 해야, 좀 버틸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