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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은통한다 Mar 21. 2022

지옥, 그리고 인공지능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컴퓨터 프로그램인 인공지능은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적 견인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술적인 단계를 뛰어넘어 문화예술이라는 창작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내 눈에 들어온 작품 하나가 있다.


  바로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됐던 <지옥>이다. 열린 결말과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만드는 작품 <지옥>이 대체 인공지능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싶겠지만 나는 <지옥>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보았고 작품 속 다른 의미에 주목하였다.


 “박정자. 너는 5일 후 15시에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드라마 <지옥>을 아우르는 핵심 내용은 바로 천사라 불리는 어떤 존재가 불특정 다수에게 나타나 죽는 날짜를 고지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약속된 날짜와 시간에 맞춰 고지를 받은 사람들 앞에 괴생명체가 나타나게 되고 초자연적인 힘으로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수년 전부터 경고해 온 한 신흥종교의 의장 정진수가 사람들의 추앙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는 게 스토리의 큰 줄기이다.


   흥미로운 것은‘지옥’,‘신의 계시’와 같은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의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등에 업고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흥 종교단체는 신의 고지를 받고 지옥으로 가는 사람의 모습을 인터넷망으로 생중계하면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세력을 넓혀 나간다.


    미디어는 정보를 과장시키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며 신흥 종교단체가 주장하는 ‘의도’와‘신념’을 포장하는 좋은 도구가 됐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심어준다. 또한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하며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광신도들과 그저 기류에 휩쓸려 이를 따르는 보통의 사람들, 이와 반대로 신흥 종교가 주장하는 것을 의심하고 대항하는 세력까지 생겨나며 세상 자체가 '지옥화' 되는데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작품 속에 가득 깔려 있는 하나의 현상이자 감정인‘두려움’이다.


   인간은‘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언제나 지성을 무기 삼아 진화해 온 인간은 모르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그 위험을 배제하며 생존하는 방식으로 오랜 세월 살아왔다. 그런데 인간이 피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서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종교이고 죽은 이후의 안식, 사후세계라는 미지의 영역까지 정복하고 싶어 한다.


  다른 측면에서 말하자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궁금증과 호기심 또한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개발과 발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위대한 업적이고 현재까지 기계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수많은 기술 발전이 이뤄진 이면에는  ‘두려움’이란 단어 또한 그림자처럼 깔려 있다고 본다.


   21세기 인간은 마침내 인간보다 더욱 뛰어난 기능을 자랑하는 존재인 인공지능을 개발했고 각종 산업과 경제, 문화예술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기술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인공지능의 위력을 세상에 강하게 알리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게 한 사건이 바로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에 힘을 실었고 실제 수많은 전문가들이 빠른 미래에‘싱귤래리티’가 찾아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싱귤래리티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영화 <아이, 로봇>이 떠올랐다.‘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라는 법 조항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로봇이 줄 수 있는 안락함과 편의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싱귤래리티 시점이 오게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 또한 불확실한 것이고 모든 가능성과 위험성이 열려있기에 일부에서는 두려움의 시선에서 인공지능을 바라보고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 기업에 대한 두려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오작동에 대한 두려움 등 어쩌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마주할 최대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지적재산권은 두려움을 바탕으로 연구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두려움은 부정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자신감만 있었다면 끝도 없이 교만해지겠지만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겸손하게 점진적인 도약을 이뤄냈다고 본다. 이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그 어떤 것보다 지적재산권에 많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그중 일부 사람들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인공지능을 더욱 탐구하는 것이고 이를 제재하면서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은 앞으로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드라마 <지옥>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에 대한 고지와 괴생명체가 한순간에 세상에 혼란을 일으킨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싱귤래리티 같은 혼란이 닥칠 수 있다. 다소 비약적인 예시겠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인공지능을 배워야 하는 당위성을 나에게 부여하고 있다. 미래의 지적재산권은 더욱 실생활적인 법률로 자리할 것이고 이를 충분히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의 시대를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 내가 지적재산권 법을 배우는 이유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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