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은 저 차림새를 위해 적어도 메이크업을 받았겠고, 볼륨 있어 보이는 가슴골을 만들기 위해 와이어로 받쳐주는 브라를 착용했을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옷도 공들여 골랐겠지.
2는 마스크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노메이크업에 티셔츠 한 장. 그게 다다.
정말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여성성'을 온갖 미사여구를 통해 정형화해서 '소비'해온 시선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노브라 차림이 불편할 수밖에. 환상이 깨질 수밖에. 보기 싫을 수밖에.
여자는 예뻐야지. 가슴도 커야지. 그런데 주요 부위는 가려야지. 문란해 보일수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웬만한 여자들 가슴은 다 저렇게 생겼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아래로 쳐지는 게 당연하고, 유두도 당연히 있으며 그 존재 목적은 저 사진을 보고 보기 싫다 비꼬는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숭고하다.
관련 뉴스를 보다 보니 공연음란 죄니 하며 바바리맨과 비교하는 수준 떨어지는 댓글도 다수 눈에 띄는데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당신이 노팬티로 바지만 입고 거리를 나다녀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고. 아무도 당신의 생식기를 가지고 내 시각적 취향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고. 마음껏 자유로우시라고.
설리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랬다지. 브라 착용은 '선택'이라고, 액세서리 같은 거라고. 적극 공감한다. 데이트하러 갈 때 남자 친구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으면 모아주고 받쳐주는 와이어 브라 하고(불편한 건 좀 참고), 운동할 때는 스포츠브라로 흔들리는 것 잡아주고 땀 흡수도 하고, 또 아무 필요나 목적이 없으면 안 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를 서른일곱이나 먹은 아줌마인 나는, 집 밖의 공간에서 노브라를 감행할 용기가 아직 없다. 그 시선이 옳건, 옳지 않건간에 나를 둘러싸고 이어질 수군거림에 맞닥뜨릴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내 가족들까지 이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할 테니까. 그냥 살던 대로 조금 불편하게 살지 싶다.그래서 더,욕 먹어도 당당한 화사, 설리.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용기 내서 지지하는 또 다른 그녀들에게(혹은 그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어쩌면 나중에 십 대가 된 내 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엄마, 엄마 때는 진짜로 브라 안 하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욕하고 그랬어?"
"그럼, 할머니 때는 짧은 치마 입었다고 경찰에 잡혀가기도 하고 그랬는걸? 진짜 웃기는 짬뽕이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