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임용 Dec 13. 2020

REFILL

Yves Tumor, 재달






Yves Tumor [Heaven to a Tortured Mind]


수현이형(@yoll_sugi)이 카드뉴스로 정리한 Mixmag 피쳐 기사 [현시점에서 정리해보는 2020년 최고의 앨범 33장] 중 맨 위에 소개된 앨범이다. 음악을 디깅함에 있어 한국이라는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장르별로 들어볼까? 그래도 씬이라는 게 있는데, 국가별로 들어보는 게 낫겠지? 아냐, 옛날처럼 피처링을 따라가?’ 사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더라도 결국엔 ‘이건 어차피 다 못 들어’로 귀결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고민이다. 이렇게 막막할 때는 이런 영양가 높은 음악 추천 글들을 찾게 된다. 덕분에 그나마 흥미를 잃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꼭꼭 씹어먹을 수 있다. 33개 앨범 중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앨범들이 대부분 애플 뮤직에 유통되고 있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Heaven to a Tortured Mind]는 이 쟁쟁한 33개 앨범 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앨범이다. 단지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해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여 굳~이 찾아서 들어야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적당히 쿨하면서도 으레 느껴지는 부담스러움이 없다. 오래오래 들을만한 앨범.


* 멜론 앨범 소개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출신 Yves Tumor 이번 앨범의 수록곡 <Gospel For A New Century> <Romanticist>, 이송아의 <당신은 무얼 몰라> 김남미의 <! 그말>이라는 7080년대 한국 곡들을 각각 샘플링 요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깅한다고 까불지 말고 일단 한국 노래부터 열심히 들어야겠지?


Gospel For A New Century - 자꾸 사이버펑크 2077의 아트워크가 떠오른다, 왜지?





재달 [Bomb Head]


이재현 연습생, 소마 남친, 내일의 숙취 뱃사공이랑 블랭 뒤에 걔... 여러모로 이상한 경로로 재달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리짓군즈에서 음악은 재달이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생활관 침대에서 <눈꺼풀>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은 아직도 생생하고, 온스테이지에서의 <Flop> 라이브는 한때 꿈꿨던 롹스타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벅차오른다. 최근 아이콘칩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재달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힙합과 락의 사이에서 묘하게 자신만의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는 재달의 음악은... 음... 재달의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보려고 했는데, 딱히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솔직히 힙합과 락을 따로따로는 즐겨 듣지만서도, 그 둘 사이에 있다고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음악이나 그 둘을 어떻게든 섞어보려는 시도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좀 작위적이었달까? 재달의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힙합의 요소와 락의 요소를 아주 족집게로 한 올 한 올 뽑아서 만들어낸 음악 같다. 유치하지 않고, 구차하지 않고, 낭만적이고, 멋있고. 이번 [Bomb Head]는 메인 프로듀서인 제임스 키스의 영향인지 강렬한 리프를 중심으로 한 락(Rock)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선이 더 굵어진 것 같아서 전작들보다 더 마음에 든다. 딩고와 진행한 앨범 스포일러 영상을 본 뒤 앨범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감상하다 보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돈키호티>에서 구현되는 느낌이 들었다. 가사도 그렇고, 벌스나 훅의 반복 없이 우직하게 나아가기만 하다가 갑자기 반전되는 곡의 구성도 그렇고. 더 구체적인 끼워 맞추기를 해보고 싶지만, 구차하지 않아서 멋있는 재달의 음악에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쯤에서 멈춘다.


* 세로 영상으로 제작된 <돈키호티>의 뮤직비디오도 아주 인상적이다. 최근 구교환x이옥섭의 [펫숍 브이로그]와 함께 가장 영감을 많이 줬던 영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