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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Jan 29. 2020

"왜 우리는 팝이 아니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그래미 수상 소감 인터뷰

지난 월요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가 진행됐다.


뭐 그렇지 않은 적이 있었겠냐마는, 2019년에도 참 많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음반을 냈다.


때문에 빌리 아일리시의 5관왕 같은 이슈는 아쉬운 점이라고 이야기하기엔 꺼림직하다. 어떤 시상식이건 수상자에 대한 태클은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음반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만약 빌리 아일리시의 상 중 일부를 다른 아티스트가 받으면 모두가 수긍했을까? 절대 아니지.


정말 주목할만한 이슈는 오히려 그래미 시작 전에 있었다. 바로 그래미를 주관하는 'Recording Academy'의 전 CEO 데보라 듀건이 그래미 방영 일주일 전 해고 당한 일이다. Deborah Dugan은 뮤지션 최고의 영예인 그래미가 얼마나 부패되어 있는지 고발했다. 성추행, 불공정한 투표 등 스스로의 권위를 위협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니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더 잘 설명해놓은 글을 첨부하겠다.)



그리고 시상 후엔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제기되었다. 베스트 랩 앨범 수상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수상 소감 인터뷰에서,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되었던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것이다.



… 이러한 방식(수상)으로 인정 받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 저처럼 생긴 (흑인) 우리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던 그것을 랩/얼반(Rap/Urban)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좀 짜증납니다. 저는 얼반이라는 단어가 별로예요. 그 단어를 들으면 "왜 우리는 팝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편으로 베스트 랩 앨범 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게 비꼬는 칭찬 같아요. 마치 조카가 게임을 하고 싶어하니까 게임기에 꼽지도 않은 패드를 주면서 조용히 갖고 놀라고 하는 것처럼요. ………



도대체 얼반이 무슨 장르인가? 얼반 장르로 구분된 작품들의 아티스트 중 흑인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우연일까? 그래 뭐 억측일 수 있으니 얼반은 둘째치고. 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작품 속에서 힙합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고, 힙합 안에서도 외부 장르와 크로스오버하는 작품들이 많다. 왜 어떤 작품은 팝이고 어떤 작품은 힙합인가? 팝의 의미가 Popular Music, 대중음악,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음악이라고 한다면, 지금 대다수의 힙합 작품들은 팝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미는 이전부터 백인 아티스트를 편애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미에 BTS가 초청된 것이 국내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런데 정작 BTS는 그 어떤 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BTS의 초청한 사람도 해고 당한 데보라 듀건이다.) 전세계적으로 K-POP의 파워가 단순한 서브 컬쳐로 취급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BTS는 더욱이 그렇다.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단순하게 유튜브 조회수로 비교해보자.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는 7.3억회, BTS의 <Boy With Luv>는 6.8억회다. 올해의 곡에 노미네이트되었던 Lil Nas X의 <Old Town Road>가 4.2억회인 것을 감안했을 때, BTS가 노미네이트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Old Town Road>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나도 빌리 아일리시의 5관왕 이슈에 태클을 걸어보고 싶다. 그녀가 상을 많이 탄 사실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분명 2019년 한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작품 자체도 엄청 좋다. 그런데 꼭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곡을 같이 주어야 했을까? 솔직히 미국 내 파급력으로만 따지자면 Lil Nas X의 <Old Town Road>도 뒤지지 않는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IGOR]가 팝이 아니고 힙합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의 앨범엔 노미네이트 되지 못하고 베스트 랩 앨범에만 노미네이트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백인이었어도 그랬을까?


정말 그래미가 계속해서 최고의 권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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