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그래미 수상 소감 인터뷰
지난 월요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가 진행됐다.
뭐 그렇지 않은 적이 있었겠냐마는, 2019년에도 참 많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음반을 냈다.
때문에 빌리 아일리시의 5관왕 같은 이슈는 아쉬운 점이라고 이야기하기엔 꺼림직하다. 어떤 시상식이건 수상자에 대한 태클은 있기 마련이다. 좋은 음반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만약 빌리 아일리시의 상 중 일부를 다른 아티스트가 받으면 모두가 수긍했을까? 절대 아니지.
정말 주목할만한 이슈는 오히려 그래미 시작 전에 있었다. 바로 그래미를 주관하는 'Recording Academy'의 전 CEO 데보라 듀건이 그래미 방영 일주일 전 해고 당한 일이다. Deborah Dugan은 뮤지션 최고의 영예인 그래미가 얼마나 부패되어 있는지 고발했다. 성추행, 불공정한 투표 등 스스로의 권위를 위협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니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더 잘 설명해놓은 글을 첨부하겠다.)
그리고 시상 후엔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제기되었다. 베스트 랩 앨범 수상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수상 소감 인터뷰에서,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되었던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것이다.
……… 이러한 방식(수상)으로 인정 받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 저처럼 생긴 (흑인) 우리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던 그것을 랩/얼반(Rap/Urban)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좀 짜증납니다. 저는 얼반이라는 단어가 별로예요. 그 단어를 들으면 "왜 우리는 팝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편으로 베스트 랩 앨범 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게 비꼬는 칭찬 같아요. 마치 조카가 게임을 하고 싶어하니까 게임기에 꼽지도 않은 패드를 주면서 조용히 갖고 놀라고 하는 것처럼요. ………
도대체 얼반이 무슨 장르인가? 얼반 장르로 구분된 작품들의 아티스트 중 흑인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우연일까? 그래 뭐 억측일 수 있으니 얼반은 둘째치고. 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작품 속에서 힙합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고, 힙합 안에서도 외부 장르와 크로스오버하는 작품들이 많다. 왜 어떤 작품은 팝이고 어떤 작품은 힙합인가? 팝의 의미가 Popular Music, 대중음악,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음악이라고 한다면, 지금 대다수의 힙합 작품들은 팝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미는 이전부터 백인 아티스트를 편애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미에 BTS가 초청된 것이 국내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런데 정작 BTS는 그 어떤 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BTS의 초청한 사람도 해고 당한 데보라 듀건이다.) 전세계적으로 K-POP의 파워가 단순한 서브 컬쳐로 취급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BTS는 더욱이 그렇다.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단순하게 유튜브 조회수로 비교해보자.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는 7.3억회, BTS의 <Boy With Luv>는 6.8억회다. 올해의 곡에 노미네이트되었던 Lil Nas X의 <Old Town Road>가 4.2억회인 것을 감안했을 때, BTS가 노미네이트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Old Town Road>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나도 빌리 아일리시의 5관왕 이슈에 태클을 걸어보고 싶다. 그녀가 상을 많이 탄 사실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분명 2019년 한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작품 자체도 엄청 좋다. 그런데 꼭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곡을 같이 주어야 했을까? 솔직히 미국 내 파급력으로만 따지자면 Lil Nas X의 <Old Town Road>도 뒤지지 않는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IGOR]가 팝이 아니고 힙합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의 앨범엔 노미네이트 되지 못하고 베스트 랩 앨범에만 노미네이트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백인이었어도 그랬을까?
정말 그래미가 계속해서 최고의 권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