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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감성 Dec 20. 2020

사막에 지은 우리의 벧엘

“앞으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자”

나는 내가 눈물이 없는 애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이 한 평생이었는데, 그를 만나고부터는 눈물샘이 고장난 경험을 한 게 부지기수다. 그래서 그는 내가 거짓말쟁이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가 한국을 떠날 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운전해서 집에 오는 내내 주차장에 와서도 내리지 못한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가 공항에서 보낸 메시지를 미처 확인도 못할 정도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전 남자친구들과 헤어진 후로도 그렇게 운 적 한번도 없었는데...


그가 살던 집이 지금도 내 눈앞에 이렇게 시퍼렇게 보이는데, 매일 아침마다 기도도 함께 했었는데, 가는 날까지도 우린 늘 함께였는데, 이곳저곳이 우리의 기억으로 가득차있는데 혼자서 어떻게 여기에 남아 있나 했던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고 하나님이 부르신 것이라면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의연하게 성숙하게 부르심에 충성해야 해야 했다.


그후 머지 않아 하나님은 나를 또 미국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께서 알려주시고 보여주신 그곳으로 갔다. 먼저는 워싱턴DC였고 몇 년 전에 보여주셨던 사막으로 갔다. 왜 그곳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유는 가보면 알기에 그곳을 향해 그저 갔다.


워싱턴DC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사막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왔다. 3개월 만의 재회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전화하고 기도했었기에 어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를 보는데 이상하게도 다르게 느껴졌다. 분명 내가 알던 그 사람인데도.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 그도 뭔가 내가 다르게 보인다고 그랬다. 아마도 그건 성령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우리가 그동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던 걸까. 분명히 그 사람인데 어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난 느낌. 두 사람이 동일하게 그런 걸 느낀 것도 참 이상했다.


그리고 우리가 어딜 가든 우리가 기도한 것처럼 모든 것이 완벽했고 오히려 그 이상의 축복들과 호의들이 펼쳐져서 우리는 또 그저 하나님이 우릴 기뻐하시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분이 하신 일들을 보며 놀란 순간순간들마다 서로의 눈을 보며 웃던 시간과 공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무엇보다 전날 처음 같이 들은 노래가 바로 그 다음 날 교회에서 들리는 그 순간의 소름... 목사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메시지로 인한 전율... 정확함 그 이상의 예리하고 섬세하신 하나님의 인도... 예배 내내 우리 두 사람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그 예배는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예배 후 그가 사랑하는 비행기들이 눈 앞에서 펼쳐졌고 마치 우리 둘만을 위한 에어쇼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함께 간 그랜드캐니언.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의 장엄하심... 그분의 특별한 선물과 메시지... 우리를 초대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그가 떠나는 날, 함께 사막을 걸었다. 그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여기 앉아 보라 그랬다.


“사실 난 우리가 7,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 생각했었어. 그래서 이번에 올 때 너와 헤어질 것도 생각하고 왔어. 그런데 난 더 이상 너랑 헤어질 생각 안 할 거야. 널 다시 보자마자 느꼈어.”


주변에 있는 돌덩이를 하나 집어들고는 바위를 향해 던졌다.


“이건 내 미래에 두려움이야”


이어 또 집어 들었다.

“이건 재정에 대한 두려움이야”

“이건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야”

“이건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이야”


그렇게 그는 내면 속 두려움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바위에 던져 깨트렸다.


나 역시 돌을 집어 들었다.


“나도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내 안의 견고한 거짓을 깨트릴 거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 피조물이야. 예수 안에서 사람은 변해”


그렇게 우리가 집어던져 산산조각이 난 돌들의 파편들을 둘이 함께 바위 위에 쌓아올렸다.



“이건 우리가 하나님 앞에 지은 제단이야. 아무도 무너뜨리지 않을 거야. 오히려 등산객들이 더 크게 만들겠지.”


“그래. 여긴 비도 안 오니까”


“응. 우리 꼭 다시 오자”


“당연하지. 여기를 벧엘(Bethel)이라 하자. 여긴 하나님의 집이야. 여기 우리와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까”


“아멘.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자”


“그래. 그러자 꼭. 이제 우리 기도하자”


그리고 기도를 시작하자 또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만나게 하시고 서로를 함께 빚어가시는 하나님이 우리의 예배를 기쁘게 받아주시고 계셨기 때문이다.


“여기 참 사랑스러운 그림이 있네요!”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뒤를 돌아봤다. 성조기가 그려진 하얀 민소매를 입은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너무 예쁘네요. 사진 찍어줄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감사해요”


“정말 괜찮아요? 뒷모습 너무 예쁜데 지금”


“하하, 감사합니다”


“진짜 괜찮겠어요?”


세 번을 물어본 그녀는 우리가 괜찮다고 하자, 축복한다고 말하고 떠났다. 우리도 “God bless you!” 하고 인사했다. 아마도 그녀는 천사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리의 제단을 뒤로 하고 그는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날도 그렇게 완벽한 하루를 보냈지만 그는 공항으로 가야 했다. 그를 만나러 갈 땐 그렇게 설렜던 공항이 그와 헤어지려니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기도를 할 땐 어찌나 울던지. 늘 그가 나보다 더 많이 우는데 그날은 더더욱 그가 더 많이 울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모든 순간이 다 favorite이었다고... 그제서야 나도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정말 그랬다. 모든 순간이 다 꿈처럼 아름답고 행복했다.


그렇게 마지막 포옹을 하는 순간에도 그렇게 울던 그는 내가 자기보다 덜 우니까 나보고 되게 강하다면서ㅎㅎㅎㅎㅎ 내심 서운해 하는 듯했는데 사실 난 그가 그렇게 가고 난 뒤 화장실에서도 울고 돌아오는 택시에서도 계속 울었다. 마침 우버 기사님이 크리스천이라 또 그 음악들이 또 눈물을 더 나게 만들었다. 내려보니 마스크에 눈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이 되어가는데... 어제 같다. 여전히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열심히 일상을 살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아직도 이렇게 반짝반짝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여행 전과 후는 너무나 달랐다. 그의 말대로 우리 관계를 하나님 안에서 더 성숙하고 성장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강렬하게 남을 기억이란 것이다. 우린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우리의 운명을 깨닫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깨트린 기적과도 같은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그곳으로 인도하신 이유일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이 그동안 함께 한 시간과 우리가 만나기 전부터 우리 두 사람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두 사람의 마음을 준비하셨던 하나님의 계획과 그분의 은혜와 호의가 놀랍다. 더 좋은 소식은 이게 끝이 아니란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곡 Champion - Bethel Music의 가사처럼 우리를 주님의 은혜로부터 가로막는 모든장벽이 무너지고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이번 여행 중 드린 기도들과, 믿음의 선포들로 인해서 말이다.


When I lift my voice and shout
Every wall comes crashing down
I have the authority
Jesus has given me
When I open up my mouth
Miracles start breaking out
I have the authority
Jesus has give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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