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대망의 맨체스터 대학교 1학년 1학기
늘 그렇듯이, 충분한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문화와 그 도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9월 중순부터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12월 중순까지 10주간 나는 감사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즐겁고 뜻깊은 대학교 1학년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10주간 나의 활동들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1. 10년간 응원해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맨체스터 더비)를 직관하러 갔고..
2.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쿼시 (Squash)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어 재미를 붙였고..
3. 딱 맞는 한인교회를 찾아 찬양팀에서 드럼으로 섬겼고..
4. 영국의 오랜 전통인 Bonfire Night 행사에 놀러 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놀이기구를 탔고..
5. AMBS Ball이라는 학기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무도회/파티에 참석했다.
지금부터 이 다섯 가지 이벤트가 무엇이고 또 경험하게 된 과정을 되새겨 보겠다.
우리 대학교는 축구로 널리 알려진 맨체스터라는 도시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많이들 알고 계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등 소위 말하는 ‘빅클럽’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학생들이 비교적 편리하게 축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50파운드 (한화: 8만 원) 정도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티켓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20파운드 내외로 팔렸다. 물론 자리는 스타디움 높은 쪽 외곽에 선수들이 작게 보이는 곳이었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직관이 꿈이었던 수많은 해외파 학생들에게 꿈같은 추억을 선사했다.
나 역시 이러한 시스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친한 영국인 친구가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다음날 학생회관에서 아침 9시까지만 구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더비 티켓을 판매한다고 해서 당일 아침에 칼같이 7시에 일어나 친구와 학생회관으로 뛰어가 티켓을 구매했던 추억이 현재까지도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1910년 완공 후 100년을 넘게 버텨온 올드 트래포드를 입장하여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얼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홈그라운드를 밟는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자, 한 소년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스쿼시는 일반 라켓 종목이 네트에 의해 구분된 코트에서 플레이되는 것과 달리,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코트에서 라켓으로 벽에 볼을 튀기고 이를 상대가 받아 쳐내는 스포츠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스쿼시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 여러 가지 난이도 있는 기술도 요구되는 스포츠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비교적 작게 느껴질 수 있는 실내코트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면 스쿼시라는 종목을 만만하게 볼 수 있다. 내가 그랬다가 영국친구들한테 호되게 당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대학교 와서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초반 3주는 영국 친구들을 따라 영국교회를 다니며 색다른 방식의 예배를 접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기숙사 파티에서 만난 한인 누나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윤예린이었다. 예린이 누나를 통해 한인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바로 그 해당 주에 누나를 따라 교회를 가게 되었다. 누나도 나랑 같은 신입생이었지만 찬양팀을 막 섬기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때마침 내가 처음 간 당일에 교회에서 임시로 섬기고 계시던 드럼분이 못 오셨다는 소식에 얼떨결에 중학교 때부터 찬양팀에서 드럼을 쳐 온 내가 현장에서 바로 투입되었다.
그렇게 그날을 시작으로 난 감사하게도 찬양팀의 고정 드럼으로 섬길 수 있게 되었고. 청년부에서 나는 한참 막내였고 큰형&누나들에 둘러싸여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았던 내 걱정과는 달리 다들 착하게 가족같이 대해주셔서 금장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또한 지구 반대편의 타지에서 처음으로 친해진 한인들이었기에 그만큼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나머지는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