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욱 Jul 14. 2020

영국 대학생활 시리즈: Fresher's Week

EP 2: 본격적으로 친구 사귀기

설레고 신나는 마음으로 맨체스터에 입성했지만 적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 처리해야 될 일이 산더미만큼 많았다. 기숙사 체크인부터 학생증 발급, 체크카드 신청 등 생활용품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나 혼자 처리해야 된다는 압박감도 있었지만 멀지 않은 개강을 향한 기대감에 부풀어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며 하루하루 적응해 나아갔다. 


영국에서 대학교 1학년들의 공식 첫 주는 ‘Fresher’s Week’라고 불린다. 대학교 측에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모든 날에 각기 다른 클럽을 대관해 신입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 속해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파티하고 놀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Fresher’s Week는 수업이 정식으로 시작하기 바로 전에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같은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져 참석을 한다. 


나는 너무 감사하게도 맨체스터 대학 내에서 가장 활동적인 기숙사 중 하나로 알려진 곳 (풋살장, 테니스장, 스쿼시 코트, 헬스장, 학생 전용 펍 등을 구비하고 있었음)으로 들어가게 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외국 친구들을 사귀어 외로워할 틈이 없었다. 또한 이때의 나는 대학에 와서 한국인들끼리 그룹 지어 다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기에 더욱 열심히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거 같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후에 대학교 생활을 더 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게 되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더 해보도록 하겠다. 


 첫해를 보낸 Hulme Hall 기숙사


개강 전 광란의 첫 주를 보낸 후 나의 핸드폰엔 수십 개의 모르는 이름과 번호가, 페이스북에는 100명 정도의 모르는 친구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당시 들리던 소문으로 Fresher’s Week때 만난 친구들을 해당 학기가 끝날 때까지 만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들었던 나는 열심히 사귄 친구들과 멀어질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우려와 달리 학기가 끝나갈 때까지 내 곁에는 충분히 많은 친구들이 남아있었고, 그중에도 특히 디백 (Divek)과 사라 (Sarah)라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 여기서 잠깐 디백과 사라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디백은 인도계 영국인으로 런던 북쪽에 Aylesbury라는 작은 도시에서 온 친구이고, 사라는 영국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이다. 둘 다 Fresher’s Week 첫날 기숙사 펍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들이기에 속히 말해 #since day 1 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쉴 틈 없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Fresher’s Week가 끝나고 정신없이 바로 연결되는 주에 수업들이 시작됐다. 나는 기숙사에서 만난 같은 학과 친구들과 수업을 들었고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 친구들과 수다 떨고 매일 강의 끝나고 어디 가서 놀지 궁리만 하느라 첫 학기의 수업내용들은 자연스럽게 기억의 저편으로 넘겨버렸다. 그 와중에 재밌었던 건 둘째 주 수업을 듣는 학생 중 50%는 콜록콜록하며 기침을 했는데 이것은 흔히들 Fresher’s Flu라고 불리며 Fresher’s Week때 너무 무리해서 논 나머지 그다음 주에 귀신같이 다들 몸살에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나 역시 Fresher’s Flu를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 조그마한 기숙사 방 안에 혼자서 고열에 땀 뻘뻘 흘리며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아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 대학교에서의 초반 몇 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나에게 다신 없을 추억, 깨달음과 배움을 선물했다, 그중 내가 느낀 중요한 점들을 나눠보자면:

외국 친구들이 한국인들보다 다가가기 훨씬 쉽다,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 조금 떨릴 뿐. 

영국에는 생각보다 아랍계 출신 친구들이 많다. (내가 있던 곳이 맨체스터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영국 내 아랍 인구 가장 높은 도시)

영국친구들은 축구를 진짜 좋아한다, 풋살장에서 몇 판 하니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있다. 

Fresher’s Week는 정말 재밌다. 신입생들은 필참을 강추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국 대학생활 시리즈: 정든 중국을 떠나 영국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