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아시아를 떠나 지구 반대편에서의 대학생활 스타트
2016년 9월, 19살이라는 또래들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을 한 나는 영국에 위치한 맨체스터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나의 20대 초반을 책임져준 맨체스터에서의 대학생활중에 일어난 스토리들이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이기에 추억에 젖어, 감성 충만한 마음으로 나눠보도록 하겠다
그전에 입학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잠깐 얘기하자면, 상하이라는 큰 도시에서 국제 학교를 다녔던 나는 훨씬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에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라는 교육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미국을 제외한 다수의 세계적인 대학교들이 인정을 해주는 과정이었기에 45점 만점에 38점이라는 예상 점수 (IB는 11&12학년의 점수를 취합해 학교에서 준 Predicted Mark를 가지고 대학교에 지원을 한다)를 지니고 있었던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영국의 UCL, Warwick과 같은 명문대들에 진학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원 마감 기간이 다가올수록 12학년 막바지까지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추억을 더 만들고자 하는 나의 굳건한 의지에 밀려 명문대 진학을 향한 자신감은 매우 자연스럽게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영국 내에서, 또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맨체스터 대학이 눈에 들어왔고, 놀 때는 신나게 놀고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알아주는 대학을 가고 싶었던 나는 맨체스터 대학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물론 가끔씩 ‘그때 높은 성적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UCL, Warwick에 지원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맨체스터 대학교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대학교이었고, 최고의 환경 속에서 잊지 못할 사람들과 추억들을 선물해 준 곳이기에 아직까지 감사한 마음만 크다.
19년간 생활해온 가족의 품, 또 그중의 13년을 지낸 중국을 떠나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게 된 내 앞에는 다행히도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같이 맨체스터 대학으로 진학하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친구는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우리는 3-4년 동안 같은 반에 있으면서 매일 축구를 같이하고 주말에도 자주 만나 놀았던 사이기에 같은 대학교를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서로 많이 의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여름방학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갈 무렵, 맨체스터 입성이 확정된 우리는 9월 말 개강이 너무 멀게 느껴진 나머지 그 당시 스페인에 살고 있던 우리의 옛 축구팀 동료에게 연락을 해 맨체스터 입성 전 마드리드에 지내면서 열흘 정도 스페인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가족들과 눈물 젖은 이별을 뒤로하고 떠난 스페인은 유럽 한번 못 가본 나에게 신세계와도 같았지만 열흘이라는 기간은 생각보다 더욱 느리게 지나갔고 나가서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스페인 특유의 ‘하루 종일 집에서 쉬고 낮잠 자는’ 문화는 익숙해지다 못해 지루해져 버렸다. 그렇게 5일은 행복하게, 5일은 집을 그리워하면서 보낸 스페인 여행은 다행히 큰 탈 없이 끝났고 나는 다가올 4년간의 긴 여정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꿈에도 모른 채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맨체스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