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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Aug 06. 2021

운동하기만도 모자란 4세의 시간

공부하지 마! 지금은 열심히 놀기만 해!



아이가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고 했고, 최근 봄에는 축구교실 보내달라, 수영을 배우겠다 등등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다.


바빠서 몸이 쪼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 그 스스로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하는 것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틈틈이 여기저기 문의하고 알아보다 가장 먼저 자리가 난 축구교실에 등록했다.


아이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 또래들과 함께 공을 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구를 정도로 코미디였다. 공을 차는 건지 함께 굴러다니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아이는 한 팀을 이룬 친구들과 함께 팀워크를 유지하며 퍽이나 진지했고, 매우 만족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그래 그러면 된다'는 마음 하나사실 4세 아이 부모에겐  충분했다.


지금까지 아이가 주었던 성장의 경이로움에 비하면 엄마로서 나는 아이에게 바라는 게 없다.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특출 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서 그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하고 살 수 있 어른이 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꿈을 갖고,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은 아이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기에 부모인 나는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과 다양한 경험을 고 싶다는 바람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비록 아직 한글을 몰라 자신의 이름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여자 친구로부터 연애편지를 받고도 답장을 쓰지 못하는 눈물 나도록 가슴 아픈(!) 일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아이는 지난달부터 유치원에서 하원 시 픽업차량을 타고 본격적으로 그가 하고 싶다는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월, 수, 목 : 태권도

화, 금 : 축구

토 : 야구


수영 수업은 인기가 많은지 아직도 대기 중이만,  엄마 따라 주말 틈틈이 클라이밍까지 아이 나름대로 바쁜 스케줄이 생겨버렸다. 몸으로 하는 시간이 좋았던지  오랜 시간 해 온 미술수업은  그 스스로 그만두기를 원해 최근 종료했다는 것도 아이의 성장 히스토리가 되었다.


처음 야구장에 갔던 날, 감독님은 멀리서 엄마손을 잡고 걸어오는 아이를 보고 껄껄 웃으셨다. 최연소 제자가 된 야구장에서 감독님, 코치님과 함께하는 아이의 몸이 너무나 자그마하다!


그러느라 엄마도 바빠졌다.

아무 일이 없어도 바쁜데 더더 바빠졌다.


"엄마 피곤해. 엄마가 일하느라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알아?"


라고 탈진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말하자, 아이도 맞받아친다.


"아~ 나도 피곤하다. 유치원도 가야 하고, 축구도 해야 하고, 태권도도 해야 하고, 야구도 해야 하고..."


고 어른처럼 말했다. 게다가 생각만으로도 피로가 몰려온다는 듯 앙증맞은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마른세수를 하는 흉내를 냈을 때,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깔깔거리느라 그만 피로가 다 달아났다.




평일 매일 저녁마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던  즈음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첫날 야구장에서 햇볕 아래 형아들과 함께 약 두 시간을 꼬박 뛰었던 아이는 마침내 몸살이 났다. 밤에 잠든 아이가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 들다 열이 나고 목감기가 심해져 새벽에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는 소동도 있었다. 러면서 초보 엄마는 생각했다. 아이에게 이 모든 스케줄은 무리라고.


하지만 만류하는 엄마와 다르게  아이는 계속해서 모든 운동을 다하겠다고 고집했다. 주변에서는 속내도 모르고 '저러다 엄마 욕심에 애 잡는다'며 한 마디씩 했다.


그러다 마침내 두 번째 야구수업에서는 형아들을 따라 하기 힘들었던지 수업 중간에


"엄마,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들어"


라고 하면서 대기석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돌아왔다. 나는 그런 아이를 안고 한참을 얼르다 '그만하고 집에 갈까?'를 물었고 아이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여 전속결 야구수업은 내년 에 다시 시작하기로 미뤄졌다. 시합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만 4세 꼬마가 뭐 그리 죽자살자 할 필요 있냐는 게 초보 엄마의 생각이었다.

 



요즘 아이는 부쩍 자랐다. 어느새 여러 운동을 시작한 지  달 즈음이다. '너의 그 미칠듯한 에너지를 운동으로 다 발산하고 집으로 돌아라'는 초보 엄마의 전략적 바람(!) 부지런히 뛰어다니느라 소진된 체력만큼 먹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떠먹여 줘야 겨우 입을 열던 아이가 이젠 그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고, 그런 의젓한 모습을 보던 나는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어머! 시하야! 너 스스로 먹고 있 거야?"


라며 놀라워하는 엄마를 아이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숟가락을 떠서 한 입을 먹고 입술을 꼭 다문채 씹었다. 언제나 크려나, 언제나 스스로 밥을 먹으려나 하던 그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던 마법이 시작되었다.


 5세를 한 달여 앞두고 아이는 유아의 모습에서 소년으로 급성장하였다. 최근 짧은 유치원 여름방학 동안 한글 기초나 숫자를 가르쳐 보려던 초보 엄마의 의지가 잠시나마 있었으나 곧 그 마음마저 내려놨다.


지금 아이에게 최선은 아낌없이 노는 것이 전부라고, 땀 흘리고 움직이며 부모로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그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 이 시기  '베스트 플랜'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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