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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달 Jul 11. 2023

이별의 오묘함 [배혜진-Nostalgia 인터뷰]

우울과의 이별, 오묘함, 그리고 10대 아티스트 배혜진의 이야기

https://on.soundcloud.com/j4dsk



이별의 오묘함 [배혜진-Nostalgia 인터뷰]

우울과의 이별, 오묘함, 그리고 10대 아티스트 배혜진의 이야기


인간만큼 감정을 보다 절실하고 폭넓게 향유하는 동물이 있을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 행복을 느낄 강제성을 가진 동시에 우울을 느낀 강제성을 타고난다. 우리의 삶은 그다지 녹록지가 않다. 어떻게 그렇게 딱 맞게 내 우울을 느낄 원인을 조립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정확하다. 그러나 삶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갈등과 절망 끝에서, 우리는 또다시 행복을 느낀다. 우리가 우울을 벗어난 뒤 행복을 맞이하면 정말 기쁘기만 할까. 일련의 아쉬움도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할까. 여기, 우울과 결별하는 오묘한 과정을 다양한 음악적 요소로 표현해 앨범을 낸 어린 아티스트가 있다. 그의 앨범 <Nostalgia>를 주제로 함께 이야기했다.








Q. 먼저, 인터뷰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고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립니다.     


A. 네.          


Q. 현재 사운드클라우드에 앨범을 내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앨범을 낸 후와 전이 외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A. <Nostalgia>를 내고 나선 제가 하고 싶은 예술이 뭔지를 정확히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음악을 대하던 태도는 하다 보면 언젠가 정체성이 생기겠지 하면서 달려왔는데, 이제는 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요. 힙합뿐만 아니라 90-80년대 팝펑크나 인디 얼터너티브한 음악들을 넓게 듣고 있습니다. 좋아하던 것만 고집하지 않고 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하다 보니 잘 안 돼서 슬럼프를 겪고 있는데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Nostalgia>를 기점으로, 배혜진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모색하게 된 셈이네요. 발매 전까지는 '언젠가'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을 명확히 짚어내야겠다고 하셨는데, <Nostalgia>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떤 음악적 정체성이나 장르를 고려하신 건가요?       

  

A. 노스탤지어는 처음 구상과는 많이 다른 결과물이 나왔어요. 처음엔 원래 대중적이고 적당히 흔한 알앤비를 하려 했는데, 맘에 안 드는 트랙을 여러 버리고 다른 걸 찾아보다가 사이버틱한 사운드를 찾고 그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장르에 대해 연구를 하고 빠삭한 편이 아니라서 서툴렀지만 레이지라는 장르를 활용했어요. 레이지도 처음 해봐서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Q. 초안에 기획했던 분위기의 음악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앨범이 나왔네요. 사운드를 기저로 한 앨범의 구조적 특성이 일종의 '수미상관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의 분위기는 전자적인 요소도 있으나 기존의 알앤비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는 반면, 2, 3번째 트랙에서는 일렉트로닉 하면서도 신나 있는 등의 차이가 있어요. 어떤 장치나 방법으로 앨범을 설계하고,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나요?            


A.

[Nostalgia] 향수(鄕愁)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많이 무너졌었고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흔히들 말하는 행복과는 좀 다른, 출구 없는 불 꺼진 방안의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우울과 시간, 공간, 그때의 인연들에게, 또 여렸던 제게 옹졸한 이 음악을 바칩니다. 즐겨주세요


이게 노스탤지어를 담은 몇 안 되는 문장인데요. 트랙 1은 우울과 시간, 공간, 그때의 인연들에게, 또 여렸던 제게 느끼는 미련을 담았어요. 미련이 이해가 안 되면서도 잊지 못하는 고독을 담았죠. 분위기를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 잔잔하게 표현했어요.

     

Q. 우울과 우울에 관련된 것들을 떠나보낼 때, 마냥 기쁘지도, 그렇다고 다시 겪기는 싫은, 역설적이고도 복합적인 주제의 감정을 담았는데, 꽤나 어려운 작업으로 보이는데요.        


A. 맞습니다.        


Q. 앨범을 제작하면서 가장 골칫거리였거나 힘든 점이 있을까요?        


A. 감정이 다 지나고 나서 곡을 쓴 게 아니라, 감정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써서 미련이나 열정, 회피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곡을 위해 감정적으로 임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질 때가 많아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래도 곡이 잘 써지고 만족스러워 창작의 행복이 더 켰죠.      

  

Q. 감정을 겪고 있는 동시에 작업을 해 단순히 신나는 것이 아닌 '오묘'한 감성이 담길 수 있어 오히려 앨범의 깊이감도 높아져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주제가 어렵긴 어려운 만큼, 앨범의 주제를 정한 계기도 궁금한데요. 대개 많은 뮤지션이 우울과의 이별보다는 우울감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색다른 소재이기도 하거든요.


A. 우울을 소재로 한 음악들은 이때까지 너무 많이 해온 것도 있고, 우울과의 이별에서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감정들을 많이 느꼈어요. 이걸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었는데 그 수단으로 믹스테이프를 고르게 된 겁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믹스테이프의 주제를 우울과의 이별로 정했다기보다, 우울과의 이별을 기록할 수단을 믹스테이프인 음악으로 정한 거죠.        



Q. 음악을 넘어 창작자의 모든 숙명이 기록이라고도 생각해요. 사실 우울과의 탈피가 쉽지는 않은지라 우울감을 어떻게 떠나보내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무수한 감정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A. 우울감을 떠나보내는 건 정말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허무할 정도였어요. 전 항상 아무 곳에도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부터 남들과 다르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고요. 제 주관은 모두가 공감해주지 않고, 저는 더 어두워져 갔어요. 어두워질수록 절 이해하려 하는 사람도 없었죠. 그래도, 적당히 제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면 적당한 친구들이랑 꾸며진 행복을 누릴 수 있었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런 부분들도 제 우울의 아주 큰 부분이었고, 음악을 너무 하고 싶은데 현실과의 벽이나 아주 어릴 때부터 해온 미술, 그에 대한 부모님의 노력이나 기대를 저버리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아주 우연하게 구민재라는 친구를 온라인상으로 만나게 됐는데, 제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줘서 제가 외계인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줬고,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줬어요.


(당사자 두 분에게 모두 사진 사용을 허락 맡았습니다.) 구민재와 배혜진.



Q. 좋은 친구네요.  


A.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 주고 실패를 사랑하자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음악도 이 친구가 없었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배우기 한 달 조금 넘었거든요. 제가 절 사랑하기 시작하자마자 나와 달라하면서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도 절 사랑해 주었고, 만사가 감사했어요. 하나님께 세상을 감사하게 됐어요.


행복은 사랑과 감사, 믿음인 것 같습니다. 행복이 오니, 우울이 가시더라고요.   


Q.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네요.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믿는 나는 사실 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서 더욱 진정한 내면의 나와 직면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가장 발가벗은 나의 모습을 찾아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훌륭한 친구와 나를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수단이 존재하는 삶은 일종의 행복일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과거 유튜브에 업로드한 '꿈 안 꾸는 법'에서도, 타인이 요구하는 가치와 상충되는 개인의 마음속 혼란이 여실히 담겨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39bNsr_T5vw

'꿈 안 꾸는  법' 유튜브 영상. 사운드 클라우드에도 음원이 존재합니다.


A. 네, 맞습니다.         


Q. 굳이 힙합이라는 정형화된 형식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여전히 우울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는 자신의 앨범을 자주 듣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행복 참 쉽다는 말 미울 거예요.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고 만사에 감사하라는 말, 듣기 싫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지름길이라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행복이란 게 이렇게까지 쉽고 좋은 거일줄은 저도 몰랐으니까요. 남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기 전에 자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해 보면 행복 가득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거예요.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요. 아직 너무 부족하고 옹졸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입니다!         



Q.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A. 좋은 경험을 드려 너무 감사하네요. 저도 뭔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서 뜻깊었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단지 이번 앨범만이 아니다. 앞으로 더욱더 발전하고 스스로의 꿈에 다가갈 그녀를 응원하며, 그녀를 포함한 모든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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