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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출입국 사무소의 오이디푸스

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이디푸스를 알아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왕이다. 테베 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신탁을 때문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산속에 버려졌다. 하지만 목동에게 발견되어 요행히 살아남았고 이웃나라의 왕자로 성장하여 결국 신탁의 예언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테베의 왕위에 올라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죄를 알고 스스로 눈을 찌르고 유랑한다. 이렇게 유랑하는 오이디푸스를 아테네는 품는다.


연극에서 오이디푸스는 미등록 체류자이다. 그러나 신회와 달리 현재는 어떤 나라도 아테네가 되지 않으려 한다.


극 정보에서 말하는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이곳은 그리스 비극 속의 ‘아테네’가 될 수 없는 세계 여러 나라 중 한 곳.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뿐 모두 미등록(undocumented) 체류자이다. 그들은 결코 ‘콜로노스’가 될 수 없는 출입국사무소 내에 있는 외국인 감호소에서 추방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저마다 국적도 사연도 다르지만 모두가 오이디푸스가 되며 때로는 안티고네와 크레온, 테세우스가 된다. 그리스 비극 속 인물들의 극적 행동이 등장인물들의 서사에서 산발적이고 비유적으로 드러난다.’


세상엔 수많은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노동 시장이 돌아가지 않고 농촌의 남자들은 결혼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린 이들에게 따듯한 마음을 베풀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전쟁이나 기후 난민에겐 더하다. 이들과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 극은 몹시 진지하고 고전의 문법으로 쓰였다. 여기에 연출은 무척 상징적이었다. 그래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희곡에 대한 높은 이해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들의 마지막 춤이 몹시 슬프게 느꼈졌다.


이런 극은 좋은 컨디션으로 보러 가야 한다. 나는 그러지 못해 약간 졸았다. 그래도 참 좋았다. <by 혜자>


한현주 작, 손원정 연출

윤현길, 김은정, 문성복, 조성현, 최지혜, 베튤 출연

극단 코끼리만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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