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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하는 삶을 살아요 연극 <천 개의 파랑>

콜리. 천 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 경마를 위한 기수 로봇이다. 애석하게도 기수로의 생명이 끝나면서 이름이 생겼다.

연우. 공부엔 소질이 없지만 로봇 만들기에 있어선 개천재다. 낙마해 하반신이 망가진 기수 로봇을 전재산을 털어 사서 고친다

민주. 마방의 말 관리자. 인간애가 높다. 은혜의 마방 출입을 눈감아 주고 연우에게 콜리를 판다.

은혜.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못쓴다. 새로운 다리보다는 그저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투데이를 사랑한다.

투데이. 경주마 데뷔 3개월 만에 온갖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그로 인해 빠르게 은퇴하고 이제 안락사를 기다리는 아직은 어린 말이다.


연극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의 동명 SF소설 원작으로 김도영이 각색하고 장한새가 연출한 국립극단 ‘창작공감: 연출’ 작품이다.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했으나 연출의 속도는 빨랐다. 실제 로봇 데뷔 무대를 가진 연극이기도 하다. 4월 4일 개막이 예정되었으나 기계 문제로 2주가 늦춰져 나는 표를 그대로 날렸다. 우여곡절 끝에 모 배우분이 자신 소유의 표를 주셔서 볼 수 있었다. 보령에서 한 달 살기 중인 나는 오로지 <천 개의 파랑>을 보기 위해 서울에 왔고 결론은 나의 상경은 성공적이었으며 참 잘했다이다.


투데이의 등에서 떨어지는 콜리의 3초, 함성과 야유가 섞인 열기 가득한 경마장의 풍경으로 연극은 시작하고 가히 압도적이다. 로봇 콜리와 로봇 역을 맡은 김예은 배우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점도 좋다. 김예은 배우는 로봇 연기를 위해 움직임과 표정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의 상투적이지 않은 로봇 연기에 마음이 놓였다. 연재와 은혜 역의 최하윤, 류이재 배우도 아주 좋다. 츤데레 말 관리사 민주 역의 윤성원 배우는 이제 무대에서 어르신 같아 그가 무대에 오르면 마음이 든든하다. 로봇 콜리 역의 로봇 연기도 좋다. 물론 오퍼레이터와 김예은 배우가 애쓴 면도 크지만 말이다. 조명으로 표현한 경주마 투데이, 적절한 영상, 진부한 듯 잘 어울린 음악 등 연출의 고민이 무대에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단, 1막의 끝은 좀 느닷없었다.


국립극단 창장공감 연출과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가급적 놓치지 않으려 한다. 연극 작품을 통해 창작자의  고민과 이 시대의 고민을 동시에 보고, 새로운 시도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회차 매진이라 보라고 할 순 없다. 보지 못했다면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동물과 로봇이 공존해야 할 세상이 되고 있다. 지금처럼 안일하게 살면 안 된다. 그 깨달음을 연극 <천 개의 파랑>이 주었다.


천선란 작 김도영 각색

장한새 연출

김기주, 김예은, 김현정, 류이재, 윤성원, 이승헌, 장석환, 최하윤, 허이레, 로봇 콜리 출연

베일리 홍 음악

국립극단 창작공감:연출 작품 @ntck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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