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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주장을 위한 치열한 투쟁, 연극 <더 라스트 리턴

줄거리는 이렇다.

‘인생의 진리를 담은 위대한 역작, 모두의 찬사를 받는 오펜하이머의 연극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가 있다. 연이은 매진 사례 속에 오늘 밤이 마지막 공연일이다. 천둥 번개와 폭우를 동반한 궂은 날씨 속에 대학교수, 회사원, 군인, 알 수 없는 가방의 주인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저마다 절박한 사연으로 대기 줄에 앉아 마지막 취소표를 기다린다.

과연 마지막 취소표를 가져갈 사람은 누구일까?’


같은 상황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나는 취소표를 잡기 위해 극장에 가는 일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취소표를 잡는 게 내 권리라면 나는 그 권리를 그냥 잡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극 속 매표소 로비는 그렇지 않다. 요실금으로 서른여섯 번 극장에 들어가 시작을 보았지만 연극의 끝을 보지 못한 교수는 서른일곱 번째는 기필코 연극의 끝을 보기 위해 24시간 동안 수분을 섭취하지 않고 취소표 대기줄 첫 번째에 서 취소표를 기다린다. 한 장 정도는 늘 취소표가 나오니 여유가 있다. 그러나 연극을 보지 않아 왕따를 당하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변한다. 이 여자는 지치지 않는 컴플레인과 논리로 무장하고 매표원과 교수를 위협한다. 매표원은 질서가 무너진 상황, 이들을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일이 아니란 말만 되풀이한다. 군인과 난민은 약간의 거짓말과 핸디캡을 주장하며 권리 찾기에 나선다.


이렇게 연극은 극장 로비라는 작은 세상에서 펼쳐지는 갈등 상황 속 권리 주장을 이야기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신의 권리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세상은 괜찮습니까?라고.


여러 편의 연극을 통해 만난 최희진 배우는 이 연극의 중심 배우다. 웃음기를 빼고 몸 연기를 불사하는 그의 연기는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외국인 배우 이송아가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쏟아내는 대사는 사실성을 높인다. 멀티 역의 중창단은 분위기 전환과 극의 긴장을 더해준다. 윤혜숙 연출의 극을 처음 보았는데 내 뒷줄에 앉은 관객이 후배에게 극이 어떨지 모르지만 윤혜숙 연출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이 연극은 원작자 소냐 켈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강연과 공연을 진행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권리’이며 이 연극은 그 프로그램 일환이다. 추천한다.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doosanartcenter

작 소냐 켈리(Sonya Kelly)

번역 신혜빈

연출 윤혜숙

출연 강혜련 우범진 이송아 이유주 정대진 정승길 조두리 최서희 최은영 최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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