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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은 언제나 옳은가?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긴 재판이 끝나고 12명의 배심원들은 재판에 대한 판결을 하기 위해 한 장소에 모인다. 이들은 16살 소년이 자기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을 판결해야 한다. 몇 가지 증거는 소년이 아버지를 죽였음을 확인시켰다. 판결은 만장일치여야 한다. 배심원들은 거수로 유무죄를 갈랐다. 모두 유죄를 주장하는데, 아뿔싸 한 명이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연극은 직업도 성별도 교육과 경제 수준도 모두 다른 이들이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진행하는 진흙탕 토론 과정을 고스란히 무대에서 보여준다. 빨리 결론을 내고 야구 경기 관람을 가야 하는 사람, 도대체 그냥 이 자리가 싫은 사람, 그 또래의 아들이 있고 요즘 그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살인자 아이처럼 빈민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 유식한 사람, 무식한 사람 등 뭐 한 가지 비슷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 사건에 같은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처음 무죄를 주장한 배심원은 다른 배심원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눈총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유죄라는 증거가 너무 허술했고 변호사의 태도는 성의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자, 이제 전쟁 같은 토론이 시작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유무죄를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협박하고 어르고 달랜다. 누군에게인지 대상도 모를 화를 내며 생각밖의 허술함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고? 그것은 연극을 보아야 할 일이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투영되며 우리가 확신하는 믿음이란게 때론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연극은 레지날드 로즈의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연극은 2016년부터 극단 산수유의 레퍼토리 작품이다. 류주연 연출은 몰아붙이는 연출에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극은 고조에 다다른 것 같은데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몰아붙여 폭발하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감동을 얻기로 하고 카타르시스도 경험하게 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도 그랬다. 극이 끝날 즈음이면 배우들도 관객도 기진한다.


더블 캐스팅이나 배역 더블이 아니라 A, B팀으로 나뉘어 공연하는 팀제 공연으로 한 공연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배우들의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다. 다른 팀의 공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회차엔 특히 젊은 남성 관객이 많았는데 극을 보고 나오며 하나같이 감동했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내 아들도 아닌데 그런 청년들이 대견했다. 극이 끝나고 로비에 남동진 배우가 계셔서 잠시 인사를 드렸는데 인사 후 일부러 나오셔서 아는 체를 해주셔서 또 좋았다.


5월 26일까지 세명대학교 민송아트홀 2관에서 상연된다. 보시길 추천한다. 110분이 순삭이다.  김민기 선생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텔레비전 영화로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어도 누군가는 사람과 같이 호흡하는 아날로그적인 것도 해야지 않는가 말이다. 그게 바로 연극이다. 그래서 연극이 좋다.


극단 산수유 작품 @theatersansuyu_official

류주연 연출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출연

홍성춘 강진휘 남동진 이종윤 신용진 한상훈 김도완 현은영 김애진 박시유 반인환 황비홍 오륜 이현경 오재균 최명경 오일열 빅정민 방기영 이지혜 김신영 홍성호 김서이 김용식 김부경 허준호


#savvy_play_2024 #연극 #연극리뷰 #12인의성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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