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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를 묻는 연극 <에브리우먼


극 소개글을 먼저 올린다.

‘오스트리아의 대표 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슈탈의 연극 <예더만(Jedermann)>에서 영감을 얻어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밀로 라우와 함께 극을 쓰고 만든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실제 죽음을 앞둔 여성 헬가 베다우와 삶과 죽음, 외로움과 연대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다. 의식의 흐름처럼 다양한 주제들은 빠르게 전환되며 관객들을 사뭇 낯선 현실로 데려다 놓는다. 필연적인 죽음과 질병으로 얼룩진 인생, 그 인생 찰나의 아름답고 슬픈 순간들을 덤덤한 시선으로 훑어낸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한 존재이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숙명을 짊어진 인간이지만 서로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따듯하게 감싸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임을 소담하게 전한다.’


리뷰를 쓰기 어려운 극이 있다. 보통은 너무 이상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렇다. 그런데 이 극은 굳이 말하자면 그 반대다. 무대엔 큰 바위와 그랜드피아노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고 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엔 멀리서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 같은 소리가 작게 들린다. 무대에 오른 배우 우리시나 라르디는 연습복 같은 복장을 하고 메이크업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무대 위 큰 스크린에 또 다른 배우 헬가 베다우가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등장했다 결국 혼자 남는다.


연극은 이 헬가 베다우의 이야기이다. 그는 췌장암 말기 환자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연극 출연료를 모아 고향 땅 엄마 곁에 묻히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르시나 라르디는 스토리텔러이며 헬가 베다우의 인터뷰어다. 평범한 사람인 헬가 베다우는 매우 구체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말한다. 갑작스럽지 않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어 공연이다. 자막으로 대사가 처리되었다. 당연히 감정의 이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깊다. 내 죽음은 어떠했으면 하는지 또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게 한다. 앞 열에 앉아 배우의 표정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몇 차례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극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고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내 수첩에 적어 두었다.  <by 혜자>


밀로 라우 연출

밀로 라우 우르시나 라르디 극본

우르시나 라르디 헬가 베다우 출연


#savvy_play_2024 #연극 #에브리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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