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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Sep 07. 2024

죽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 연극 <고트>


페르디난트 폰 시라흐 작, 류주연 연출, 극단 산수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죽음을) 원하는 건강한 사람에 치명적인(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토론이다.


게르트너는 76세다. 아내가 3년 전에 뇌종양으로 몹시 앓다 죽긴 했지만 건강하고 두 아들도 번듯하며 손주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의사에게 죽음에 이르는 약 처방을 요구하나 거절당하고 급기야 청중을 앞에 두고 윤리위원회를 연다. 이곳엔 그를 대변하는 변호사를 비롯하여 조력사망(선택사)에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의사, 법학자, 주교회 신부 등이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살인과 자살과 선택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다.


게르트너 뜻 역시 토론의 강도가 세질수록 완강해진다. 그는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가며 ’ 하나쯤은 확실하게 해 두라 ‘는 아내의 부탁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실하게 갖고 편안하게 죽고 싶은 것이다.


이미 유럽과 서구 여러 나라에서 존엄사를 합법화하고 있고 독일 헌법 역시 개인의 목숨에 대한 선택을 개인이 갖고 있다는 것이 찬성의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게 임무라며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을 도울 수 없고 주교회 신부는 성경에서도 자살을 인정하지만 선택사를 인정할 경우 늙고 병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냐 반문한다.


연극 끝에 관객에게 이 문제에 대해 투표를 하게 한다.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연출은 무대를 흡사 공개 토론회장처럼 운영한다. 조명은 객석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했다. 배우들은 극이 시작되기 전에 토론회장에 입장하고 퇴장하는 참가자처럼 자연스럽고 들고 난다.


극단 산수유, 류주연 연출은 긴 호흡의 극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가는 데 탁월하다. 이 극 역시 그렇다. 110여 분의 극 진행과 10여 분의 토론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도 한몫한다. 다만 내가 본 공연은 초연에 첫 공연이어서인지 기술적으로도 배우들의 대사도 실수가 눈에 띄어 거슬리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전회차 매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2025년 재연이 확정되었다니 그땐 꼭 보시길 추천한다.


페르디난트 폰 시라흐 작

류주연 연출

극단 산수유 작 @theatersansuyu_official

예수정 신현종 이상직 김중기 최광일 유병훈 오일영 구시영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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