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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11. 2024

001. 혼자 놀기.

띠아트 홍대 - 모네 인 서울

언제부터인가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전시가 생기면,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예전엔 가족, 친구들, 지인들과 함께였는데..


우연히 혼자 가게 되었던 전시에서

함께한 사람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눈치 보았던 전시와는 다른 기분으로

내가 보고 싶은 만큼, 집중해서 보고 도슨트 설명과 함께 여유롭게 본 이후로는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고 싶은 전시들을 가기 전에 식구들에게 예의상 함께 할 건지 물어는 보고 있지만

내심 속으로는 ’ 제발 안 간다고 해라 ‘ 를 외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최근에도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감에 기분 전환 겸 24시간 운영하는 미디어 아트 카페를 다녀왔었다.

늦은 12시쯤 도착해서 새벽 2시까지 책을 보다가 한편에 물멍처럼 해놓은 미디어 아트를 보다 보니

볼만한 전시가 없을까 해서 이것저것 보다 홍대에 미디어아트로 운영 중인 모네전이 있길래 얼른 티켓을 한 장 예매한 후

그 새벽에 고속도로를 탔다.


타자마자 졸음이 쏟아져서 휴게소에 차를 세워 두고 차에 있던 담요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차에서 쪽잠을 청했다.

지나가는 차소리에 사람들 소리에 간간히 깨서 선잠을 자고

6시 반으로 맞춰둔 알람에 깨서 잠도 깨고 간단히 허기도 채울 겸 주스와 주전부리를 하나 챙겨서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홍대에 도착한 건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침의 홍대는 밤새 놀았던 후유증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골목골목 여전히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사람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들, 바닥에 고꾸라질 듯 위태위태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해장국 집 앞에서 얼큰하게 해장을 하기 위해 오고 가는 사람들..

아슬아슬 비켜 가며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전시장 위치도 볼 겸 가봤는데 해당 건물엔 주차 불가, 근처 주차장들의 주차비는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고..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오픈 시간 까지는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에, 근처 공영주차장을 찾아서 다행히 한자리가 비었기에 얼른 주차를 하고,

전시 전까지 다시 쪽잠을 자기로 했다.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깨어 화장을 고치고 가방을 챙겨서 전시장으로 걸어가는데 습하고 끈적이는 날씨에 비가 올 듯했는데..

우산이 거추장스러워서 그냥 차에 두고 걸어갔다.


도착한 전시장 외관 사진을 찍고, 근처 건물뷰를 보면서 홍대 특유의 감성이 묻은 사진들을 찍다 보니 입장시간이었고

들어가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영상을 감상하고 프리 포토 타임이었는데 셀카봉을 안 들고 와서 예쁜 사진은 남길 수가 없어 아쉬웠다.

실내 포토존을 살짝 둘러보고 사진들을 찍고, 간단한 기념품 샵에서 마그네틱 하나와 포스터 하나를 사서 나오는데 기어이 비가 쏟아진다.

경보 걸음처럼 서둘러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붙은 전시 홍보가 눈에 또 띈다.

리얼 뱅크시.

저거까지 보고 가면, 오늘 가게 오픈을 글렀겠다 싶어서 메모만 해두고 서둘러서 집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내내 비가 정말 때리듯이 내렸었고, 가게에 도착했을 무렵엔 그래도 비는 잦아들었다.


이렇게 비가 오늘날엔 어차피 장사도 잘 안되는데 전시나 하나 더 보고 올걸 그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도착해 버렸는걸..

일상으로 복귀하자 싶어 일을 시작.


그냥 그냥 오는 손님 몇 팀을 띄엄띄엄 받다 보니 밥때는 놓쳤고, 어느덧 12시가 다 되고 손님들이 빠지고 나니 급 허기도 지고 지치고..

그제야 내가 먹은 거라고는 주스 하나와 과자 한 봉지가 다였다는 걸 알았다.


혼자 돌아다니고 뭔가를 하는 건 괜찮지만, 혼자 밥 먹는 것만은 너무 싫어서 여전히 혼밥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안 하다 보니

내리 굶고 있었다.


그 12시가 넘은 시간에 야무지게 차돌과 양파를 넣어서 볶아 만든 차돌덮밥을 먹으면서 다음엔 어디를 갈까 찾는 나를 말릴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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