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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17. 2024

일상 - 막걸리 선물

시킨 물건도 없는데 띠링 울리는 메시지 알람하나.

주문한 막걸리가 오늘 도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구에 사는 단골손님이 보내주신 칠곡의 신동 막걸리.


전에 사는 곳 얘기를 하는 중에 대구에 신동막걸리 유명하지 않냐는 제 얘기에 처음 들어보는데 사장님이 얘기하시니 먹어보고 싶다고,

대구 내려가게 되면 택배로 보내겠다고 했던 그 막걸리였습니다.


어느 술집에서 맛보았던 신동 막걸리는 바나나 향이 은근히 올라오는 깔끔한 단맛의 막걸리였습니다.

밤막걸리 같은 특유의 걸쭉함 없이, 지평 막걸리만큼 확 와닿는 단맛보단, 적당히 절제된 달큼한 바나나  향의 생막걸리.


복순도가 다음으로 좋아하게 된 막걸리였지요.


보내주신 분께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같이 즐겨야 하는데 아쉽다는 말을 전하니 퇴근 후에 들리시겠다고 해서 막걸리와 같이 곁들일 안주를 따로 준비했지요.

돼지고기 앞다리살로 된장베이스의 수육을 삶고, 꼬막살무침도 하고.


마침 이날이 그 손님의 전역 날이기에

선물의 보답 겸, 그동안 고생했다는 전역 축하 의미로 꽃집에서 직접 꽃을 골라 작은 꽃다발을 준비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을 드시고 생각보다 조금 늦게 오셨던 그 손님과 가볍게 맥주 한잔을 마시고,

다시 한번 막걸리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전역 축하드린다고 꽃선물을 건네니



사장님, 저 전역축하 오늘 사장님께 처음 받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하셨지요.

사정이 있어 사람 들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는 건 알았지만 그 하루 동안 그 누구에게도 축하의 인사와 그동안의 수고함을 다독여주지 않았음이 참 아쉬웠습니다.



, 막걸리가 이날 도착한 게 참 잘 맞았구나.

나라도 축하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곳에서 좋은 기억으로 하루를,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여기서 행복할 것.


그 손님에겐 오늘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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