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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시간 독서하고 그림 그리는 아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책과 그림을 좋아했다. 아이가 18개월이 되고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제법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형 화이트보드에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 6개를 그리더니 아이가 말했다. 삐뚤 비뚤 그려진 그림이지만 엄마인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우도자 치구 노라요.”

운동장에서 친구가 노는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고부터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전에는 주지 않았다. 충분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어눌하게 발음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말로 표현할 때 비로소 주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우유를 원하는지 잠이 필요한 것인지 금방 캐치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손짓만 해도 우유를 대령하고 눈만 비벼도 아이를 안아서 재운다. 모성애에 기반된 행동이다. 불행하게도 엄마의 그런 행동은 아이의 언어발달을 막는다.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이 뚝 떨어지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막 태어난 아기도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울음으로 요청한다. 어느 정도 세상을 익히고 언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말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청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라는 것이 습득하고 자유롭게 구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하는 활동이다. 우리가 영어를 익히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편할 것이다. 미국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번역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에 알아듣고 그때마다 즉각 가져다준다면 과연 영어라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냐 하는 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가져다주는데 모국어조차 익힐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들은 아이가 말이 늦다며 언어치료센터를 찾는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는 아이가 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고 기다려 주었다. 세 돌이 되기 전까지는 발음이 어눌해도 지적하지 않았다. 단지 한 번 알려 줄 뿐이었다. 아이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면 종이와 크레파스를 가져다주거나 화이트보드에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의 작은 노력에 아이는 큰 보상을 해주었다. 18개월에 문장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자신이 무엇을 그렸는지 표현했다. 엄마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으로.

아이는 그때부터 대부부의 시간을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놀이를 하더라도 대체로 정적인 놀이를 했다. 타고난 기질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가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책 가까이 두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엄마 따라 독서하기 프로젝트! 나는 아이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가끔은 책 속에 무척 중요하고 재밌는 것이 있는 냥 행동했다. 다행히 아이는 나의 행동에 반응을 보였고 관심을 가지는 즉시 나는 책을 읽어 주었다.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읽기보다는 아이의 이름을 넣거나 이야기하듯이 각색하여 들려주기도 했다. 아이는 책의 그림을 보고 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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