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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쌈 싸주시던 아부지

2년 전 헤어진 아버지.,
불쌍한 내 아버지..
김치를 씻어 손바닥에 펼치고
밥을 싸서 입에 넣어주시던 내 아버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스스로 김치를
씻고 밥을 싸서 먹어봅니다.

없이 사는 시골집 후실의 첫아들로 태어나

가고싶어하던 학교도 못 가고
남의 집 머슴살이하던 8살 꼬꼬마,
우리 아버지

스물아홉에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하고 군 생활하며 모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밑천 삼아 도시에서 살림을 꾸리셨지

12년 만에 얻은 귀한 딸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자고 시작한 포장마차, 그마저도
어린 딸자식 얼어 죽을까 일치감치 접고
목수로 막일로 처자식 입에 먹이 물어다
넣어주셨지

먼 사촌 상을 당해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다

차사고로 건강 잃으시고
가슴 치며 포기한 딸자식 대학공부

한이 되고 한이 되어 버린 공부
딸자식 하나만은 원 없이 시키리라
다짐했을 중년의 아버지
하나밖에 없는 자식 공부 못 시키는
아비 맘이 오죽했을까

아버지는 크시고 나는 작습니다
아버지는 주시고 나는 받습니다

다음 생애에는 제 아들로 태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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