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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설 <강남역 미아> 1장 8화

윤서진의 빈자리

by 글사랑이 조동표

기업 소설 <강남역 미아> 1장 8화

- 윤서진의 빈자리


다음 날 아침, 회사 건물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출입카드는 정상적으로 찍혔고, 엘리베이터는 정해진 층마다 멈췄다.


커피 머신 앞에는 줄이 있었고, 누군가는 웃고 있었다.


단 하나, 비서실 자리가 비어 있었다.


윤서진의 책상은 정리되어 있었다.


정확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깔끔했다.


펜은 나란히 놓여 있었고,

모니터는 꺼져 있었고,

서랍은 잠겨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던 자리처럼.



“어제 일 들었어?”

낮은 목소리였다.

“쉿.”

대답은 더 작았다.

“여기서 지금 말하는 건 위험해.”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메일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은 단순했다.


[공지] 조직 안정화 관련 안내


"일부 사실과 다른 제보로 인해 내부 혼선이 발생하였습니다.

회사는 해당 사안을 엄중히 조사 중이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누군가 읽다가 멈췄다.

그리고 화면을 껐다.


“결국 저렇게 가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강민석의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명패조차.


대신, 새로운 이름이 임시로 올라와 있었다.

“직무대행”


사람들은 그 이름을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야기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출국 금지라던데.”

“자료 꽤 나갔다고 하던데.”

“근데... 진짜야?”


누군가 물었다.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윤서진은?”


정적이 맴돌았다.


“출근 안 했어.”


그 말은 짧았지만, 공기를 바꿨다.



도윤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어제와 같은 자리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컴퓨터도 켜지 않았다.

서류도 펼치지 않았다.


단지, 비어 있는 자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15년.

그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간 시간이었고,

어떤 사람에게는 버틴 시간이었다.


도윤은 문득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형사와 함께 있을까.

아니면...?



그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받았다.


“한 상무님.”

익숙한 목소리였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윤서진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차분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어디야.”

도윤이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금은... 말 못 합니다.”


그 대답으로 충분했다.


“회사 돌아갈 생각은 없지?”


이번엔 망설임이 없었다.

“없습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그 말은 짧았지만, 조금 늦게 나온 말이었다.


윤서진이 말했다.

“어제, 마지막에... 저는 봤습니다.”


“뭐를.”


“선택하신 거요.”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통화는 짧게 끝났다.


도윤은 한동안 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났다.


비서실 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윤서진의 자리 앞에 섰다.


손을 뻗어, 의자를 한 번 밀어봤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도윤은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이 자리는 사라진 게 아니라 남겨진 자리라는 것을.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한 상무님.”


도윤이 돌아봤다.

법무팀장이었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짧은 정적.


도윤은 웃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걸음을 옮겼다.


복도 끝, 닫힌 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이미 다음 판이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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