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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하비 Apr 01. 2020

균형 잡기

건강은 늘 뒷전이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일상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멀어져만 간다.




올해 초 잔병치레를 좀 했었다. 거의 2주 동안 새벽 4시쯤 잤고 생활은 평소와 같았기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그때부턴 내 시간을 아침으로 옮기기로 했다. 나는 전혀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선 방법이 없었다. 아이도 보고, 몸도 챙기면서 해야 할 일을 하려면.

친정엄마가 나에게 자주 해주셨던 말이 있다. 건강은 젊어서부터 챙겨야 늙어서 고생 안 한다고. 아이 둘을 키우며 겪으셨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나조차도 이제 엄마가 됐다는 핑계로 혹은 아직은 건강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미루고 미뤄왔다.
출산 전에는 감기가 심해지지 않는 이상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 아이를 낳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내 일이 될 줄이야. 물론 출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출산 후 내 몸에 있던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든 걸 느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은 매번 하는 둥 마는 둥, 영양제도 먹다가 말다가, 식사도 자주 걸렀고 거기에다 잠도 안 잤으니. 내 몸을 방치한,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가 태어난 뒤 아내인 동시에 엄마의 역할까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나는 나에게 가장 마지막 순서가 되어있었다. 그게 엄마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 하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한 중간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엄마라는 핑계로, 직장에 다닌다는 핑계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내 몸을 방치해왔다. 매일 터지고 있는 죽음에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자면 죽음이 결코 나와 먼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을수록 위험률이 낮다지만,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나왔던 결과들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것이지 내가 최초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무서운 생각이지만, 나는 어떤 상황에서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해왔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떤 날은 정신이 또렷하다가도, 어떤 날은 알람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몸이 적응하는 중이라 생각하고 매일 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해 맛있는 소스를 곁들이고 물을 많이 마시기 위해 예쁜 텀블러를 샀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남편과 함께 반주를 즐기고, 엘리베이터보단 계단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하나씩, 나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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