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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dere Oct 13. 2021

그래 이 맛이야 밥솥 이야기

쿠쿠 트윈프레셔 IH압력밥솥(CRP-KHTS1060FD)

오래 써온 쿠쿠 전기 압력밥솥이 힘들다고 농땡이를 친다. 

여태껏 묵묵히 밥을 쪄내었던 놈인데 점차 노쇠해지는지 밥맛도 끕끕하게 변하고 

찰진 쌀을 넣어도 후후 불면 날아가는 안남미(安南米)밥을 해놓는다.

항상 익숙해서 언제 샀는지도 가물한 녀석. 

내솥을 떨어뜨리면서 손잡이가 부러졌지만 부상투혼을 발휘해준 녀석.

취사 중 부러진 손잡이 틈 사이로 새는 김을 하릴없이 느끼면서 저도 예전 영광의 시절을 생각했겠지. 

불린 쌀을 뜨겁에 무겁게 짓누르며 쪄내던 그 박력을 추억했겠지. 




요즘들어 얼마나 풀죽고 김샜을 지 안봐도 비디오다. 

어쩌면 부엌 베란다에서 칙칙 거리던 소리가 압력솥 뚜껑에서 빠지는 수증기 소리가 아니라 홀로 슬픔을 삭히는 흐느낌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나도 매정한 주인, 밥맛으로만 나를 평가하니 어찌 서럽지 않을소냐.

그래도 영광의 날들이 있었으니 그만하면 됐잖아? 

세월 흐름의 무상함은 너나 나나 매 한가지란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해. 오늘이 즐겁지 않으면이 지금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가.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세월에서 얻는 깨달음은아무도 앗아갈 수 없으니 좋잖아.


추억에 잠겨도 밥맛은 중요한지라 우선 이 녀석 이름을 웹에서 찾아본다. 

김이 새는 부셔진 내솥 그리고 어딘지 모를 오작동을 어떻게 수습하지? 

이미 제품은 단종된지 오래,  내솥은 따로 팔기는 하는데 그 돈이면 새 밥솥을 살 수 있을 정도다. 

아 이제 놔줄때가 되었구나. 


문득 대표적인 전기압력밥솥 업체가 궁금해 졌다. 



쿠쿠하세요 쿠쿠 



기가 맥힌 CM 송이 귀에 아른아른 거리는 가운데 신경쓰지 못한 십수년간 밥솥업계의 지각변동이 있었을까? 

다나와에서 전기압력밭솥 검색을 해보니 34개의 제조사가 나온다. 

쌀밥없이 살 수 없는 한국 민족이다보니 그 다양한 필요성을 만족시키기 참 어려울텐데 다들 고군분투 하는구나 싶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수많은 업체들 중에서도 쿠쿠가 가장 앞서 보인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쿠쿠의 10인용 밭솥중 적당한 가격에서 평이 제일 많고 좋은 제품을 골라봤다. 


내구성과 청결을 위한 스테인레스 내솥에 전기코일에 의해 내솥 전체가 가열되는 IH압력방식을 선택하는 작은 사치를 부려본다. (광고아닌 광고가 되어 버렸네 협찬 가능합니다)

온전히 챠르르 윤기가 끈적히 흘러내리며 서로 떨어질듯 부벼대는 찰진 밥알을 위해서이다. 

5점 만점 중의 1점 짜리 후기들을 보니 밥솥 뚜껑의 플라스틱 체결이 들리는 결함이 보이지만 뭐 워낙 인기 많은 밥솥이니 많이 팔려 그러려니, 잘 뽑히기만을 기대해보는수 밖에.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고 햇반으로 버텨 보는데 배송이 너무 지연이 된다. 

기다림에 지쳐 오프라인 매장으로 달려가 구매를 했버렸다.  


일렉트로마트, 온라인보다는 비싸지만 하이마트보다는 저렴했다. 번개맨도 좋군.



짜잔...
드디어 새 밥솥이 ...



안녕 그동안 수고했어.. 안녕 앞으로 잘부탁해

그렇게 맞이한 밥솥은 예전의 둥글둥글 부드러움을 강조한 외형과 대비된 

각잡힌 유려함이 있는 댄디한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화려함속에 진중함을 담은 짙은 은빛이 참 이쁘다.

아니지 그래도 본연의 제 역할을 잘 해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래 이 밥솥의 다양한 요리기능 영양밥 누릉지 삼계탕 고압찜 건강죽 요거트 이유식 카스테라 등이 

무슨 소용이랴. 

그저 한 해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깊은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낸 

쌀알들의 본연의 맛을 찾아주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외쳐본다. 

그래 이맛이야~



PS. 다행히 불량도 없고 밥솥이 말도 해주고 밥맛도 좋다. 추천합니다. 

쿠쿠 트윈프레셔 IH압력밥솥(CRP-KHTS1060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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